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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패턴으로 밀려오는 파도의 色 담아 [손이천의 '머니&아트']

안영일 ‘물’ 시리즈

모자이크 패턴으로 밀려오는 파도의 色 담아 [손이천의 '머니&아트']
안영일 'Water SMS-95-1' K옥션 제공
1934년 개성에서 태어난 안영일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일본에서 지낸 후 10세 때 귀국, 1958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시절 제2회 국전에 참여해 특선을 수상했으나 학생인 것이 밝혀져 입선으로 강등된 일화도 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이화여고와 서울사대부고에서 교편을 잡았던 안영일은 1966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후 몇 개월 뒤 LA로 거주지를 옮기고 2020년 작고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며 작업을 이어갔다.

캘리포니아의 풍부한 자연 풍광을 벗삼아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작가로서 기반을 닦아가던 그에게 파란만장한 시련이 닥쳤고, 이 일로 인해 우울증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안영일은 10여년간 작업을 중지한 채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바다 낚시로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어느날 햇빛이 물에 반사돼 순간마다 다른 색으로 빛나는 것을 본 그는 출렁이는 파도 속에서 변화하는 색들을 발견하게 되고, 이것이 계기가 돼 1983년부터 '물(Water)' 시리즈가 탄생한다.

'물' 연작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각의 작은 색점이 모자이크 패턴을 이뤄 반짝이며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나이프를 사용해 만들어진 이 사각의 작은 점들은 햇빛에 반짝이며 밀려오는 파도의 축소판이다. 더욱이 안영일 작품에서 나타나는 독특하고 특출한 나이프 이용법은 중학교 때 아버지 안승각이 나이프를 사용하는 모습을 접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안영일은 '물' 시리즈 이외에 '캘리포니아', '우산', '앳 더 비치', '새', '뮤지션', '메모리얼' 등 다양한 시리즈도 제작했다. 2016년과 2017년 LA 아트쇼의 한국 단색화 특별기획전에 초대되기도 했고, 2018년 시카고 카비 굽타 갤러리에서 개인전도 열었다. 특히 2017년 LA카운티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안영일은 세계 현대미술 최고 정상의 작가로 인정받았다.

K옥션 수석경매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