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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국제공항'인 지방공항… 양양공항 국제선 여객 수 '0' [공항 양극화시대 지방이 무너진다 <1>]

국제공항 '부익부 빈익빈' 심화
무안공항 국제선 노선 1개 불과.. 수요 불확실성에 '존폐론' 직면
지방 국제공항 활성화대책 시급

이름만 '국제공항'인 지방공항… 양양공항 국제선 여객 수 '0' [공항 양극화시대 지방이 무너진다 <1>]
기업회생에 들어간 플라이강원의 항공기 운항 중단이 길어지며 이용객 발길이 끊긴 최근 양양국제공항 대합실 연합뉴스
이름만 '국제공항'인 지방공항… 양양공항 국제선 여객 수 '0' [공항 양극화시대 지방이 무너진다 <1>]
양양국제공항이 지난 6월부터 국제선 여객수 '제로(0)' 공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를 빗대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공항' '유령공항'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양양공항을 비롯해 일부 지방 국제공항의 더딘 정상화는 지자체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 여객수요를 늘리기 위한 신규노선 발굴이나 연계 마케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사들도 지방 공항 거점화를 꺼리면서 지방 국제공항 활성화를 통한 지역균형발전 논리마저 무색해지고 있다.

■'유령공항' 양양, '국제선 1개' 무안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국제선 여객 5만4000명을 기록한 양양국제공항의 올해 6월 이후 국제선 여객수는 '0'이다. 양양공항이 거점인 플라이강원이 지난 5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며 양양공항은 한순간 '유령공항'으로 전락했다.

양양공항의 부활 여부는 플라이강원이 새 주인을 찾는 시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최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은 플라이강원은 예비실사를 거쳐 이달 말께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달 초쯤 인수자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안국제공항도 심각하다. 올해 9월까지 여객 회복률이 26.3%에 머물면서 완전한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2019년 16개에 달했던 정기편 노선수가 현재는 1개에 머무르고 있어 신규 노선 확보가 절실하다. 다만 최근 한국공항공사가 해외노선 확보를 추진 중이라 조만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수요 없는 공항, 존폐론 커져

지방 국제공항의 여객 회복률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지방 공항발 항공노선 운영의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해당 공항의 잠재적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객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 여객 수요창출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항공사 입장에서도 굳이 공항이용료나 현지 인력 파견 등 비용을 부담해 수요가 불확실한 지방 공항을 운영할 이유가 크지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방 공항에 국제선 노선을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비행기를 띄운다는 게 아니라 해당 지역의 관광 마케팅까지 신경써야 하는 등 복잡한 사안"이라면서 "제한된 항공기를 가지고 수요가 불확실한 노선을 운영하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공항 건설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균형발전 논리로 무분별하게 지방 국제공항을 허용한 게 원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수십년에 걸쳐 운영되는 공항운영 특성상 예비타당성조사나 사업계획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정부의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공항만 해도 새만금, 가덕도, 제주2공항, 서산공항 등 8곳에 달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역 주민이나 정치권 입장에서는 새로운 공항이 생길수록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하겠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공항은 장기적으로는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악재가 된다"면서 "해외여행 수요와 함께 한류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국내방문이 크게 늘어나는 등 국제선 여객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지방 국제공항 활성화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