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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1000편 남기고… '사랑의 시인' 별세

향년 96세로 김남조 시인 떠나
기독교 세계관 속 사랑 형상화
신달자 시인 등 문인제자 배출

詩 1000편 남기고… '사랑의 시인' 별세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제공
'사랑의 시인'이라고 불린 김남조 시인(사진)이 10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규슈에서 여학교를 마쳤고 1951년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48년 대학 재학 시절 '연합신문'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발을 내디뎠지만 시인 자신은 첫 시집 '목숨'(1953년)을 문학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목숨'은 6·25전쟁으로 부산에 피란 갔다가 펴낸 책이다.

고인은 평생 1000여편의 시를 썼는데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장 많이 다뤘다. '목숨'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하며 사랑과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써냈다. 2020년 출간한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에서도 줄곧 사랑을 노래했다.

고인은 주로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사랑과 윤리의식을 시로 형상화해 온 시인으로 평가된다.

고인은 6·25전쟁 당시이던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마산 성지여고, 마산고, 이화여고 교사를 지냈다.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발표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 활동을 해왔다.

생전에 숙명여대 교수를 지내며 신달자 시인 등 수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으며 한국시인협회장, 한구가톨릭문인회장을 역임했다. 문학 업적을 인정받아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고인의 남편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 고 김세중씨(1986년 작고)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영, 김범씨(설치미술가) 등이 있다.


남편과 함께 지내던 서울 효창동 자택을 2015년 50억원의 사재를 털어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을 개관한 바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2일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