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대·대기업 등 大馬
혁신에 소극적 태도 일관
인공지능 활용'발등의 불'
지구촌 곳곳에서 인류의 비명이 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그리고 중동에서 한 치의 땅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절대 명제가 양측의 마음속에 굳건하기 때문에 이 분쟁의 종말은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무고한 시민의 피흘림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화산폭발, 지진,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폭염 등이 전 세계 곳곳을 때리면서 세기말보다 더 짙은 그늘이 인류의 마음속에 드리우고 있다.
어디까지가 인류가 자초한 바이고, 어디까지가 자연의 명령인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떻게 이 난국을 해결할 것이냐다. 세계적 평화학자 요한 갈퉁은 학자는 국제적 평화와 안정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 것을 빼앗아야 내 것이 온전해진다는 제로섬 사고에서 벗어나 초월(transcendence)적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글로벌 평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기존의 사고를 타파하고 새로운 해법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은 정치분야에만 적용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대마는 누구였을까. 정부, 군대, 대기업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세 군데 모두 지금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정부에서는 공무원의 연금개혁 이후 중견간부의 사기는 저하되고, 신규 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탄한다.
국방 분야도 마찬가지다. 군대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초급·중간 간부의 처우는 배려하지 않고, 여야 할 것 없이 병사의 임금 올리는 것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조직의 인센티브 체계가 붕괴되어 버렸다. 의무복무를 하는 병사의 임금을 올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간부들의 처우개선을 선행하거나 양쪽의 처우개선을 병행했어야 했다. 대기업에서도 내부진통이 심각하다.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신입사원의 상당수가 조직문화에 실망한 나머지 1년도 채 근무하지 않고 사직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서로 거리가 멀어 보이는 글로벌 위기상황과 흔들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형 조직들이 갖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혁신이 지체된 쪽이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직장에서는 이미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데, 우리의 공조직에서 그런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모두가 로봇처럼 같은 시간에 출퇴근하고,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는 조직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무슨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혹자는 우리나라가 전자정부 선도국가라는 점을 빌려 우리 공조직도 대단하다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느슨함과 나태함이 혁신에 소극적인 태도로 이어지고 말았다.
인공지능은 트랜스포머(변화촉발자)이다. 인공지능은 입력받은 것만을 토해내는 자동판매기가 아니다. 입력받은 내용을 새롭게 조직화하여 창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낸다. 인간의 지능이 작동하는 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상당히 유사한 단계에까지 올라선 것으로 평가된다. 심지어 인공지능의 기보를 보며 바둑연습을 하는 것이 보편화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 덩치는 더 이상 승리와 번영을 보장해주는 정답지가 아니다. 전쟁터에서는 재래식 전력보다 원격조종 드론, 무인로봇과 같은 비대칭 무기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
양적 우위가 승리를 보장하지는 못하는 시대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인공지능을 분별 있게 제대로 활용하는 조직은 그것이 국가이든 단체든 간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죽어가는 대마는 외마디 신음을 내뱉고 있다. 혁신이 필요하다고.
■약력 △50세 △연세대 경제학과 학사 △연세대 대학원 신문방송학 석사 △뉴욕주립대 버팔로대학원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DGIST 교수 △미국 하와이대 교수 △AJTI 등 다수 국제학술지 편집위원(현) △BK21 인간AI인터랙션 교육연구단장(현)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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