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자신들의 '뿌리'와도 같았던 DVD 우편 배송 서비스를 지난달 말 종료했다. 사진은 넷플릭스가 DVD 배송 서비스 때 사용한 빨간 봉투. 사진=AP연합뉴스
40~50대 씨네필 중 상당수는 자신이 추앙하는 감독의 작품을 비디오(더 정확하게는 비디오테이프)로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개중에는 이보다 부피가 적은, 그러나 화질이 훨씬 더 좋은 DVD나 블루레이(대용량 광디스크)가 포함돼 있게 마련이다.
자기 테이프 위에 영상과 소리를 기록하는 수단인 비디오테이프가 처음 개발된 것은 1950년대 말이지만, 이것이 대중화된 것은 1970년대 이후다. '집에서도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준 비디오는 적어도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영화를 소비하는 영상매체로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특히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비디오 사업이 최전성기를 맞으면서 전세계적으로 비디오 대여 사업이 크게 성행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블록버스터(미국)나 영화마을(한국) 같은 비디오 대여 프랜차이즈가 그것이다. 1990년대 후반 디지털 방식의 DVD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대여 품목에는 비디오 외에도 DVD가 추가됐고, 이를 소장하는 이들도 점차 늘어났다.
요즘 전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DVD를 우편으로 배송해주던 회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 비디오 대여 1위 업체였던 블록버스터의 사업모델을 따라하던 넷플릭스는 지난 2007년 오프라인 사업을 대폭 줄이고 온라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서 지금의 '스트리밍 왕국'을 일궈냈다.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뿌리'와도 같은 DVD 우편 대여 서비스를 지난달 말 종료했다. DVD 대여 서비스 종료를 알리면서 “지난 25년간 우리의 멋진 가입자들에게 ‘영화의 밤’을 선사할 수 있어 기뻤다"고 밝힌 넷플릭스는 옛 고객들에게 DVD를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이면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DVD를 모두 소진했다.
그러자 미국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유통 체인인 베스트바이도 내년 초까지 DVD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넷플릭스에 이어 베스트바이까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미국에서 DVD를 취급하는 매장은 이제 월마트와 아마존 정도만 남게 됐다. 외신들은 두 업체의 연이은 사업 종료 소식을 전하면서 "온라인으로 쉽게 영화를 찾아볼 수 있는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하면서 DVD는 이제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금은 모습을 감춘 국내 비디오 대여점 '영화마을'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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