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에 대량 실직 사태 우려
과기정통부, 적립금 활용 결정
현장선 "하석상대" 비판 목소리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과학기술원의 학생연구원 및 박사후연구원(포닥) 2400여명이 실험실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기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극약처방이 논란이다. 정부 출연금 연구사업의 내년 예산을 최대 69% 삭감한 뒤에 논란이 커지자 각 출연연구기관과 과기원의 적립금 등 자체재원을 활용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15일 정부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며 "지금까지 이 재원으로 해왔던 기존 사업들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런 땜질식 처방으로 당장은 학생연구원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연구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논문의 질 또한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25개 출연연구기관들의 R&D 예산을 올해보다 평균 25.2%가 감액됐으며, 4대 과기원의 정부 출연금 연구사업도 평균 44.3% 줄었다.
지난 9월 초에는 출연연구기관에서 연구하고 있던 포닥의 권고사직 소식이 알려지자 과기원을 비롯 주요 이공계 대학생들의 R&D 예산 축소 반대 목소리가 확산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이달 5일과 6일 각각 과기원과 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출연연구기관 간담회에서 자체 재원을 활용해 학생연구원 인력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출연연구기관이 과학기술 후속세대 양성이라는 출연연구기관의 핵심기능을 유지함과 동시에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해소에도 적극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적립금을 학생연구원과 포닥 고용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과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출연연구기관이나 과기원에 걸맞은 연구보다 질 낮은 연구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석박사 과정생들이 이런 연구에 참여해 과연 좋은 논문이 나올까"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연연구기관과 과기원의 곳간에 조금 있는 돈을 빼 쓰는 격이라 이런 방식의 지원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연구개발 적립금은 기업에 기술이전해 마련한 재원으로 이전받은 기업이 상용화하도록 돕는데 쓰인다"며 "기술이전 실적과 상용화 사례가 적은 상황에서 이제 노력할 기회도 줄어들었다"고 걱정했다.
한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25개 출연연구기관에는 포닥 1471명, 대학원생 3635명이 계약직 형태로 매년 계약을 갱신하면서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기원에는 포닥 900여명, 학생연구원 1만2000여명이 있다.
R&D 예산이 줄어들면 연구과제도 줄면서 학생연구원도 연구할 기회가 사라진다. 출연연구기관의 단순 예산 삭감 비율로 따지면 포닥 370명, 대학원생 916명이 연구실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과기원도 1200명에 육박하는 학생연구원의 인건비가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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