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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빼미·드라마 우영우, 그 성공 뒤엔 꾸준한 '스토리 발굴'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작 지원
올해 15회 맞는 스토리 공모대전
수상작 210편 중 44편 작품화
대본 아닌 시놉시스로 문턱 낮춰
유망한 신인 작가 접근성 높여

영화 올빼미·드라마 우영우, 그 성공 뒤엔 꾸준한 '스토리 발굴'
영화 올빼미·드라마 우영우, 그 성공 뒤엔 꾸준한 '스토리 발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과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작품화에 성공한 영화 '올빼미'(위 사진)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인작가 입장에선 제작사를 만날 기회가 흔치않아요. 그런데 (데뷔 후) 제작사를 만나보니 그들 역시 작가를 엄청 찾고 있더라고요. '스토리움'과 같이 작가와 제작사를 연결해주는 매칭 플랫폼이 더 활성화돼야 합니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화사한 그녀'의 김우현 작가가 스토리 온라인 매칭 플랫폼 '스토리움'을 '좋은 중매쟁이'라고 표현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야기 산업은 콘텐츠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원작산업이라는 점에서 우수 스토리는 K-콘텐츠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시놉시스 형태 공모전이라 진입 장벽 낮아"

올해 15회를 맞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은 지난 2009년 4억5000만원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상식이자, 창작자에게 시상하는 유일의 정부 포상 시상식으로 출발했다. 공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웹툰), 출판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성장할 잠재력 있는 원천스토리와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해왔다.

최근 5년간 응모작의 평균치가 1361편에 달한다. 지난 2009~2022년 1만8363편의 작품이 응모하며 약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210편의 수상작 중 44편이 세상에 나왔고, 33개 작품이 현재 사업화 진행 중이다. 이중 2011년 우수상을 받은 '태양의 후예'(2016·원제 '국경없는 의사회')와 2013년 우수상 수상작 '올빼미'(2022·원제 '올빼미 소년')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2011년 단편소설 '고니'로 등단한 김보현 작가는 '올빼미 소년'과 2015년 '팽: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두 차례 받았다. 등단 후 콘진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참여했던 그는 한 달에 일정액의 월급을 받으며 창작 작업에 집중했고, 멘토를 만나 조언을 받았는데 그때 만난 사람 중 한명이 '올빼미'를 공동 제작한 백연자 영화사 담담 대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 '스토브리그'의 이신화 작가도 창의인재동반사업 교육생 출신이다.

현재 소설가 및 드라마작가로 활동 중인 김 작가는 "콘진원 덕을 많이 봤다"며 "창의인재동반사업에 두 번 참여하고, 콘텐츠 원작소설 창작과정도 들었다"고 돌이켰다. '올빼미 소년'은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참여하던 중 지원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영화화에 따른 원작료 등을 받았다. 그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강점으로 "(당시 공모전 기준) 빨리 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대본을 제출해야 하는 기존 드라마 공모전과 달리 약 60장의 시놉시스 형태여서 소설을 쓰던 입장에선 접근성이 높았다. 당선작을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 여러 장르로 계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변미영 콘진원 만화스토리캐릭터팀장은 "시놉시스로 심사하던 과거에는 수상 후 1년간 컨설팅과 완성화 작업을 거쳐 1년 뒤 비즈매칭을 진행했다"며 "사업화되기까지 기간이 많이 걸렸지만 덕분에 신인 작가들을 많이 발굴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요즘은 시놉시스(1~2차심사)와 풀스토리(최종심)까지 받아서 사업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작가-제작사 매칭 플랫폼 더 활성화돼야"

올해 7년째 접어든 '스토리움'은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작자와 새로운 소재를 찾는 콘텐츠 제작자를 연결하고 있다. 8월 31일 기준 전체 회원수가 2만1211명에 달한다. 이용자는 2770명이고 창작자수는 1만8441명, 등록 스토리수는 7711편이다. 매칭 성공 횟수는 2400회며 이중 사업화가 완료된 작품은 81편이다.

콘진원은 연 4회 추천스토리 선정 및 컨설팅을 운영한다. 분기별 심사를 통해 우수 스토리 10건을 선정해 창작지원금 및 현업 전문가의 사업화 컨설팅, 오프라인 비즈니스 미팅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 2018년 매칭된 영화 '백두산'(2019)은 825만명을 모으며 흥행했다. 2019년 매칭된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원제 '용문신을 한 소녀)'는 2022년 개봉해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엄정화 주연의 '화사한 그녀'로 완성된 김우현 작가의 '황당한 그녀들의 앙큼한 스케줄'은 지난 2019년 9월 '스토리움'의 추천 스토리에 선정됐다. 김 작가는 "작가는 잘 알지 못하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산업적인 부문에서 현실적 조언을 받았다"고 돌이켰다. 업계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은 이 작품은 2020년 3월 드라마 제작사 신영이엔씨와 매칭됐다. 신영이엔씨는 '화사한 그녀'를 계기로 기존 드라마에서 영화로 제작 영역을 넓혔다.

김 작가는 스토리움의 강점으로 "전문가 컨설팅과 제작사 미팅"을 꼽았다.
또 "제작사와 작가가 서로 궁합도 잘 맞아야 하는데, 스토리움에선 장르를 선택할 수 있어 서로 취향에 맞는 제작사나 작가를 빠르게 매칭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OTT용 드라마 '누구나 이 책 읽으면 부자 될 수 있다'를 작업 중인 그는 "'화사한 그녀'를 발판으로 지금의 기회를 잡았다"며 "시나리오마켓이 없어진 상황에서 스토리움처럼 작가-제작사 매칭 플랫폼이 절실하다. 기업 후원 및 투자로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