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수출 라면서 유해성분
빗장 걸은 EU에 식약처가 나서
지속적인 소통으로 규제 걷어내
#1.지난 2021년 8월, 국내 한 라면제조사가 유럽으로 수출한 일부 제품에서 유해 성분이 소량 검출됐다. EU는 이를 계기로 갑자기 한국 라면의 수출 검사 장벽을 대폭 높였다. 다른 제조사까지 수출이 막히면서 국내 업계가 전전긍긍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결사로 나섰다. 식약처는 EU 식품 당국을 직접 접촉해 국산 라면의 안전관리 정책을 설명했다. 동시에 외교적 노력과 검증을 통해 한국산 식품에서 유해 성분 안전성을 입증하고, 다시 수출 규제 완화를 이끌어 냈다. 이를 통해 국내 라면 제조사들은 45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2.캐나다는 2020년 11월 수입 규제를 강화하며 쇠고기가 함유된 조미료와 사골육수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해당 제품을 생산하던 국내 업체는 다시다와 사골 육수 제품 수출이 금지됐다. 이에 식약처는 캐나다 식품검사청에 우리나라 식품의 안전관리 제도와 수출관리체계 평가자료를 제출하고 외교적 노력을 전개했다. 이를 통해 수출 금지 2년 6개월 만인 올해 5월부터 쇠고기 함유 제품의 수출이 다시 가능해졌다.
매운 라면 챌린지로 세계를 휩쓸고 있는 삼양의 '불닭볶음면', 영화 '기생충'의 흥행으로 글로벌 레시피가 된 농심의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 'K-라면'은 이제 명실상푸 'K-푸드'를 대표하는 식품이 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등 즉석 면류 수출액은 전년보다 12% 증가한 8억6200만 달러(1조16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9월까지도 라면 누적 수출액은 6억9700만 달러(9400억원)로 전년보다 약 23% 증가하며 신기록을 달성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라면 수출에 차질이 생길뻔한 위험도 있었지만 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빠른 대응을 통해 K-라면 수출 확대에 청신호를 이어 나갔다.
■유럽 수출 숨통 트인 라면업계, K-푸드 신화 지속
지난 2021년 8월, 국내 라면제조사가 유럽으로 수출한 일부 제품에서 '2-클로로엔탄올(2-CE)'이라는 성분이 검출됐다. 이 물질은 '에틸렌옥사이드(EO)'라는 발암물질의 중간 화합물이었다. 검출된 2-CE는 인체에 위해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유럽연합은 이를 계기로 해당 생산일자 제품을 전량 회수 하고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더불어 유럽에 수출된 다른 회사의 라면들도 연달아 제재를 받게 됐다. 2-CE는 자연 중에도 존재하는 물질인 만큼, 업체에서 철저하게 관리 하더라도 농산물 납품 과정 등에서 일부 비의도적인 혼입이 발생할 수 있었다.
2022년 2월부터 적용된 EU의 EO관리강화 조치에 따라, 각 라면업체는 제품을 수출할 때마다 공인시험·검사기관의 시험·검사성적서와 정부 공식증명서를 제출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로 인해 국내 라면 업체의 수출 일정 지장 및 추가적 검사 비용 발생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유럽 수출길에 장벽이 생기자 라면업체들은 식품의약안전처에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유럽연합의 규제와 연관된 일인만큼 정부기관의 조력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에 식약처는 유럽 당국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나가며 올해 하반기부터 EU 수출 시 필요했던 추가적인 서류 제출 의무를 면제 받을 수 있는 성과를 냈다. 또 올해 7월부터 EU 관리강화 품목 지정 해제에 따라, EO와 2-CE검출로 인해 한국 라면업체가 수출에 차질을 겪는 일도 사라지게 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EU로 수출한 한국산 라면에서는 EO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규제 완화를 강력히 요청했다"며 "올 7월부터 규제 완화로 인해 국내 라면 수출업체가 비용 절감으로 약 1800만 달러(240억원)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EU의 수출 규제 완화와 별개로 문제가 된 라면 제품은 국내에는 유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와 별개로 올 1월과 2월에 걸쳐 국내 유통 중인 라면, 과자, 빵, 벌꿀 등 총 361건의 식품을 조사한 결과 국내 유통 중인 모든 라면에서 EO와 2-CE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EU 보건식품안전총국(DG-SANTE) 관계자들이 한국 라면 수출 규제 완화를 위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대상 '다시다' 수출길도 '이상 무'
캐나다 정부가 갑자기 식육에 대한 위생·검역 관리 강화를 추진하면서 쇠고기가 들어간 조미료, 사골육수 등을 수출하는 국내 업체의 수출이 2020년 11월부터 중단됐다. 캐나다로 수출하는 조미료, 사골육수 제품의 매출 규모만 44억원에 달했다. 캐나다로 쇠고기 함유식품의 수출이 중단된 이후 식약처가 나섰다 .식약처는 수출재개를 위해 캐나다에 수입허용국산 원료사용 시 수출가능 여부를 질의하는 한편 한국의 국가위생관리시스템 동등성인정 자료 제출, 수출위생증명서 협의 등 수출 재개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종합식품 기업 대상이 캐나다 현지 거래처에 납품하던 '진국다시' 제품을 올해 5월부터 다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캐나다 정부의 수입 규제 강화로 수출이 중단된 지 약 2년 6개월 만에 이룬 쾌거였다.
진국다시는 리테일뿐만 아니라 식자재 시장에서도 꾸준히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던 제품이다. 규제가 풀리자마자 먼저 수출한 곳은 벤쿠버 거래처였다. 대상은 수출재개 후 첫 수출 때 통관에 문제가 있어 식약처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식약처는 통관이 안 되는 이유를 캐나다 정부에 문의하고 통관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했다. 이 제품의 수출길이 열리고 수출량도 계속 늘면서 연간 약 1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업체는 또 현재 사골곰탕 제품도 매년 3억원 이상 수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다른 업체 B도 다시다와 사골곰탕 수출로 매년 6억원을, C사도 사골곰탕을 통해 매년 7000만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23년 만에 캐나다 삼계탕 수출길 열었다
식약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캐나다 정부와 협의해 2020년 2월부터 한국의 삼계탕 수출길도 열었다.
두 기관은 캐나다 식품검사청과 23년 동안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국산 삼계탕의 수출길을 열었다. 수출 첫 해인 2020년 당시 총 80톤(7만4000개)의 삼계탕이 수출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삼계탕은 캐나다를 포함해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등 13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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