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1년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업황 불황을 비롯해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한 삼성이 나아갈 '뉴 삼성' 구상을 공개할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삼성이 최악의 위기상황을 지나고 있는 만큼 '제2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22일 재계를 중심으로 이 회장이 취임 1주년과 신경영 30주년을 맞아 제2의 신경영 선언을 통해 '뉴 삼성'의 청사진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D램 시장 '만년 2인자'였던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밀리는 등 '초일류 삼성'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1년은 메모리 업황 전반의 불황과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 강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전례 없는 위기상황이었다"면서도 "무감산을 선언했다가 뒤늦게 감산에 돌입하고, 시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HBM 시장의 초반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뺏긴 점은 업황 탓만을 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삼성답지 못한' 행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삼성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로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을 공식 해체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형 인수합병(M&A) 등 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주요 의사결정 면에서도 현 체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의 대형 M&A는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이후 7년째 맥이 끊긴 상황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처럼 거대기업일수록 글로벌 기업답게 성장엔진 발굴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IT기업들이 수십개씩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울 동안 삼성은 메모리반도체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고집하면서 글로벌 경쟁기업들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컨트롤타워 주도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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