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세종문화회관 공동주최 '투란도트'
테너 이용훈·손진책 연출 참여
26~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파이낸셜뉴스와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칼라프' 역으로 출연하는 테너 이용훈. 세종문화회관 제공
“프로 무대에 선 지 20년 만에 한국에서 오페라 데뷔를 하게 돼 기쁩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꿈 같던 일이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월드 클래스’ 테너 이용훈(50)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을 앞두고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파이낸셜뉴스와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칼라프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유수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용훈의 첫 국내 데뷔작이자 연극계 거장 손진책의 첫 오페라 연출작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투란도트' 출연은 필연···두 차례 관객과 만나
이용훈은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케줄이 딱 비는 상황에서 가족을 보려고 한국 방문 일정을 짰는데 놀랍게도 공연 시기가 맞아떨어졌다”며 “주권자(신)의 힘에 의해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의 ‘투란도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훈은 2주간 주어진 휴식 기간 한국 무대에 오르게 됐다. 당초 내년 8월 예술의전당 오페라 ‘오텔로’로 국내 데뷔를 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공연으로 한국 데뷔를 10개월가량 앞당긴 셈이다. 국내 데뷔 자체가 늦은 점에 대해서는 “해외는 빠르면 5년 전부터 제안이 오지만 국내는 아무리 기간을 둬도 1년 혹은 한 달 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미 스케줄이 차서 일정이 밀리고 밀리다 보니 이제야 국내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미완성 유작이다. 푸치니는 3막에 등장하는 류의 죽음까지만 작곡을 한 상태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후배인 프랑코 알파노가 작품을 마무리해 푸치니 죽음 이후 2년이 지난 1926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했다. 이용훈에게는 익숙한 작품이지만 이번 공연은 그조차 예상 못한 이벤트에 가깝다. 그는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 등 많은 분이 힘을 써주셔서 하게 됐는데, 우연은 아닌 듯하다"며 "10월처럼 좋은 계절에 뵙고 싶었는데,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용훈은 서정적이면서 활기찬 음색을 지닌 '리리코 스핀토 테너'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0년 '돈 카를로'로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이래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빈 국립오페라극장, 뮌헨 오페라하우스, 밀라노 스칼라극장, 파리 오페라극장 등 세계 최고 무대에 서왔다. '투란도트'와는 유독 인연이 깊다. 2021-2022시즌 호주오페라 공연과 미국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오페라 공연, 2022-2023시즌 영국 로열오페라 코벤트가든 공연, 최근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 공연까지 꾸준히 '투란도트'에 출연했다. 이번 '투란도트' 공연에서는 26일 개막일과 28일, 두 차례 출연한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에서 출연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테너 이용훈(칼라프 역), 소프라노 서선영(류 역), 소프라노 이윤정(투란도트 역), 베이스 양희준(티무르 역).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에서 테너 이용훈과 소프라노 서선영, 베이스 양희준(오른쪽부터)이 오페라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제껏 없던 ‘투란도트’···“조건없는 희생의 숭고함 전해”
‘투란도트’는 용맹한 왕자 칼라프가 얼음같이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와 목숨을 건 수수께끼 대결을 벌이고 결국 사랑을 쟁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의 대부분이 칼라프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투란도트의 모습으로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오페라단 버전은 이 결말을 시녀 ‘류’에 초점을 맞춰 새로 연출한 ‘레지테아터(원작의 시공간을 재해석한 공연)’로 선보인다.
손진책 연출의 상상력으로 거듭난 ‘투란도트’가 이용훈에게는 어떻게 해석됐을까. 이용훈은 “지금까지 투란도트 무대에 110~120회 정도 섰는데 한두 작품을 빼곤 모두 이야기를 비트는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최근 드레스덴 공연이 세계적으로 히트한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차용한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관객들이 정말 좋아했다”고 말하며 새로운 연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연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귀국해 부담감을 가질 법도 하지만 그는 "다른 훌륭한 출연진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실제로 많이 협력해주고 있다"며 "저도 너무 기대가 되는 공연이다. 저의 첫 무대를 함께해주실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투란도트'를 "시녀 ‘류'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표현한 손 연출은 “목숨을 건 사랑은 19세기 초까지 이어진 낭만주의 시대의 신화”라면서 “아무런 조건 없이 희생한 ‘류’의 사랑만이 집권자의 광적 집착과 트라우마에 휩싸인 죽음의 도시를 인간적 감정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국내 최정상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테너 이용훈과 신상근·박지응이 칼라프 역을 나눠 맡고, 투란도트는 소프라노 이윤정·김라희, '투란토트'의 주요 인물이자 칼라프의 시녀인 류는 소프라노 서선영·박소영이 각각 연기한다. 티무르 역은 양희준·최공석, 핑은 박정민·전태현, 팡은 김성진·김재일, 퐁은 전병호·최원진, 지휘는 진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정인혁이 맡는다. 또 무대는 이태섭, 의상은 김환, 안무는 김성훈이 참여해 극의 배경을 원작의 고대 중국이 아닌 시간과 장소가 불분명한 지하세계로 그릴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