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혼합형에 올해 1조 몰려
주식형은 3000억 가까이 빠져
혼합형 펀드 투자자들이 주식보다 채권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안정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려는 자산배분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01개 채권혼합형 펀드에는 연초 이후 9492억원(23일 기준)이 신규 설정됐다. 최근 1개월, 3개월로 따져도 해당 수치는 각각 827억원, 8576억원에 이른다.
'IBK단기국공채공모주'가 올해 362억원을 끌어 모았다.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40'(124억원), '한국투자OCIO알아서'(95억원), '우리BIG2플러스'(82억원), '현대인베스트먼트공모주'(4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채권혼합형 펀드는 일반적으로 채권투자 비율이 60% 이상이다. 다양한 채권을 기초로 하고, 주식은 30~40% 담는다.
지난해 내내 금리가 오른 데다, 긴축 종료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주식 위주의 투자는 아직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채권혼합형의 성장은 위험자산인 주식투자의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채권의 안정성에 무게를 둔 결과로 해석된다. 시점은 불분명하지만 금리인하시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박제우 코레이트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채권혼합형은 채권을 깔아 놓고 공모주를 한다든지 다양한 형태로 구성할 수 있다"며 "주식혼합형은 현 시장 상황에서 별다른 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식투자 비중이 50%를 넘는 주식혼합형 펀드에선 올해 들어 2761억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3개월 사이에는 521억원이 유출됐다. 증시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0일 2400선이 붕괴되며 3월 21일(2388.35) 이후 7개월 만에 2300대로 주저앉았다.
7월에 시행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에서 주식형 및 주식혼합형 펀드도 적립금 100%까지 편입할 수 있도록 감독규정이 개정됐으나 그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모양새다.
에프앤가이드 분류에선 별도 취급되지만 하이일드공모주 펀드 역시 채권혼합형에 속한다.
28개 하이일드혼합 펀드는 최근 4개월 동안 656억원을 흡수했다. 하이일드 펀드는 이자·배당소득 3000만원까지는 15.4% 세율을 적용해 분리과세가 가능하고, 기업공개(IPO)기업의 공모주식 물량 중 5%를 우선배정받을 수 있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채권혼합형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며 "장기투자, 특히 연금계좌에서 투자하기에도 주식혼합형에 비해 유리하다"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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