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구 수치 높으면 감염 위험 큰데 정부선 구체적 목표치 설정 안해
韓선 백혈구 제거율 고작 18.5%
수가 문제도 공급 확대 발목 잡아
샘플링 검사 등 품질관리 높이고 선진국 수준 제도·장비 도입 시급
수혈을 위한 혈액에 대한 백혈구 제거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수혈을 할 때 혈액 내 백혈구를 없애는 제거법을 사용한다. 수혈한 혈액이 체내에 들어가면 백혈구가 면역 이상 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나 어린이, 중환자의 경우 수혈 받은 혈액 내 백혈구가 면역 이상 반응을 일으킬 경우 이식편대숙주병,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T세포림프친화바이러스감염 등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5일 대한수혈학회의 혈액제제 종류별 백혈구 제거 비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백혈구 제거 적혈구는 일본과 프랑스, 영국의 경우 100%였고, 미국은 2019년 기준 97%로 나타났다. 한국은 2019년 기준 18.5%를 기록해 2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구 제거 성분채혈 혈소판도 일본은 100%, 미국은 2019년 기준 97%,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50%, 62%를 기록했다. 한국은 2019년 기준 43.5%를 기록해 선진국들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보였다. 주요 선진국들은 현재 의무적으로 혈액 저장 전 백혈구 여과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백혈구 제거 혈액제제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정부도 이와 관련, 개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진전은 더딘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2018년 4월 혈액사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백혈구 제거 적혈구제제를 2022년까지 전면도입하고 성분채혈 혈소판의 공급은 60%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을 수정·보완해 정부는 2021~2025년 5개년 계획을 2021년 초 내놨지만 전면 도입 부분은 빠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백혈구를 제거한 혈액제제 공급을 확대를 위해 관계부처와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목표치를 따로 설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백혈구 제거 혈액제제 공급이 한국에서 더딘 것은 현재 수가체계로는 지원의 한계가 있다. 혈액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백혈구를 제거하러면 제조 시간과 인력이 추가로 들지만 일반 적혈구 제제와 백혈구 여과 적혈구 제제의 수가 차이가 1130원 수준이라 수가 매력이 적다.
뿐만 아니라 백혈구가 적정하게 제거됐는지를 검사하는 품질관리 수준도 선진국에 반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혈구가 제거된 혈액제제에 있어서 잔존 백혈구(rWBC) 계수 허용 기준은 미국과 동일한 기준이지만 샘플링 검사 비율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전체 혈액제제의 2% 이상에 대해 검사하지만 국내는 전체 혈액제제 대비 0.015% 수준에 불과하다.
혈액제제 관련 업계 관계자는 "백혈구 제거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목표치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또 더 많은 샘플링 검사로 잔존여부를 검사하는 의무 규정,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잔존 백혈구 계수 장비의 도입 등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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