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하우스 표지
[파이낸셜뉴스] “3년을 준비해서 캐스팅까지 제가 다 했는데 제 이름을 넣어주지 않는 거예요. 한국 드라마는 크레디트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죠. 아주 옛날부터 EP 자리에 내 이름을 꼭 넣으리라 마음먹었습니다.(윤신애 스튜디오 329 대표, 21쪽)
"제작사가 살길은 IP를 갖고, 그것을 기반으로 10년, 20년 먹거리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맨날 하청받고 마진 남겨서는 회사가 커나갈 수 없다는 걸 올리브나인에서 일할 때 깨달았거든요."(김동래 래몽래인 대표, 171쪽)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재벌집 막내아들’ ‘소년심판’ ‘지옥’…세계로 뻗어나가는 K-드라마를 자신만의 언어와 색채로 만들어나가는 EP 10인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처럼 수백억 원이라는 큰돈이 오가는 드라마 판을 움직이는 사람, 아이템 선정부터 감독·작가·배우 캐스팅, 투자 유치, 마케팅, 판매까지 한 편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판을 짜고 하나하나의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는 이가 바로 ‘EP(Executive Producer)’다.
‘파워하우스 한국 드라마 EP 이야기’(김일중 지음, 인물과 사상사)는 그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EP들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제목 ‘파워하우스’는 어떤 분야나 시장에서 큰 영향력과 성과를 보유한 개인 또는 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누구나 알만한 인기 드라마를 만든 10인은 ‘인간수업’ 윤신애 스튜디오 329 대표, ‘파친코’ 이동훈 엔터미디어픽쳐스 대표, ‘소년심판’ 박민엽 길픽쳐스 대표, ‘지옥’ ‘D.P.’ 변승민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대표, ‘이태원 클라쓰’ 한석원 하이지음스튜디오 대표, ‘동백꽃 필 무렵’ 김희열 팬엔터테인먼트 드라마부문 대표, ‘재벌집 막내아들’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 ‘그 해 우리는’ 신인수 빅오션이엔엠 대표, ‘돼지의 왕’ 이재문 히든시퀀스 대표, ‘전지적 짝사랑 시점’ 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은 이들 10인의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과 달리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OTT 플랫폼과 손을 잡고 드라마를 제작한다든가, 모두가 외면하는 소재로 꾸준히 드라마를 제작해 자신의 외연을 확장하는 등 온갖 실패와 불안으로 가득했던 시기를 통과하면서 지금의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낸 이들의 분투기다.
책을 쓴 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사무소장을 역임한 김일중 콘진원 혁신·IP전략TF팀장이다. 10년간 다큐멘터리 PD로 일한 이력 덕분에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듀서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끄집어낸다.
인터뷰라는 형식 덕분에 두 사람의 ‘티키타카’로 재미를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속도감 있게 제작 현장의 생생함을 전한다.
‘SKY 캐슬’ 유현미 작가는 “글로벌 OTT 플랫폼 시대에 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어떤 이야기가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놀랍도록 흥미진진한’ 책”이라고 추천했다. 홍경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드라마의 최종 책임을 지는 EP들의 작업 과정이 섬세하게 묘파되어 있다"며 "K-콘텐츠의 현재와 미래가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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