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남극에 있는 용암동굴
일정온도 유지할 수 있어
얼음상태 물도 대량 존재
세계 각국의 달 탐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28년까지 달에 거주가 가능한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한국도 참여하며, 국내 우주기술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키워드는 '유인'이다. 과연 유인 달기지 건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걸까.
유인 달기지 건설은 더 이상 SF가 아닌 이미 예정된 미래이다. 최근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중국우주과학기술원,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의 여러 기관과 기업은 이미 여러 차례의 로켓 발사 및 우주선 착륙에 성공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특히 인도는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가 있다.
비록 기술적으로 달 기지 건설이 가능하다고 해도, 사람이 생활하기 위해 갖춰야 할 달의 환경은 지구와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다면 달에서 인간이 지속해서 생활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첫 번째로 달의 환경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달은 대기가 없어 열에너지가 균형을 이루지 못해 거주에 적당한 기후 형성이 어렵다. 달은 자전주기가 길고, 자외선 차단층 부재로 훨씬 많은 양의 자외선을 받는다. 달의 낮과 밤의 온도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낮에는 100도가 넘지만 밤에는 영하 173도까지 떨어진다. 그래서 달에서 생활하려면 보호장비와 환경조절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지속적인 깨끗한 물 공급은 기본적 전제조건이다. 물은 다행히 남극에 얼음 상태로 대량으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물은 우주인을 위한 식수이자, 분해 산물인 산소와 수소는 우주인이 호흡하고 로켓 연료로도 쓸 수 있다.
두 번째 고려요소는 유인기지를 건설할 건설지이다. 현재 기지가 건설될 유력한 후보지는 달 남극에 있는 용암동굴이다. 해당 동굴은 표면 수십m 아래에 있어 방사선 노출이 10분의 1 이상 줄어들고, 동굴 안은 영하 25도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곳은 달 지표면으로 나가는 출구를 제외하고 밀봉한다면 공기 누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 요소는 유인기지를 건설할 재료이다. 최근 달에 기지를 짓는 방법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달 현지에서 건설재료를 조달하는 '현지 자원 활용' 개념이다. 우주선을 이용하여 지구에서 달 기지 건축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운반하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레이저, 태양광, 마이크로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달 표면의 흙, 즉 월면토를 가공해 건설재료로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미 2017년에 미국 NASA가 주관하는 우주에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건축물 짓기 대회에서 우리나라의 한양대가 주축이 된 '문 엑스 컨스트럭션'팀이 전 세계 76개 팀 중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한국팀은 현무암질의 월면 복제토와 저밀도 폴리에틸렌을 재료로 사용해 노즐로 사출해내는 '일체형 적층식 3D 프린팅' 기술로 60㎝에 달하는 구조물을 만들었다. 이는 타 참가팀의 결과물보다 4~5배 크기로 구현됐을 뿐만 아니라 압축 및 인장 강도에서 월등히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불투명하다. NASA는 연구인력만 1만5000명인데, 우주항공청을 운영하기 위해선 최소 2000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이 정도 연구인력을 모으려면 항우연, 천문연, 건설연구원, 과학기술연구원과 카이스트까지 모두 참여해야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우주산업은 대부분 발사체와 위성으로 귀결된다.
우주경제에 따르면 해당 분야는 16%밖에 안 된다. 나머지 84%는 우주건설, 로봇공학, 에너지 등 다른 산업분야이다. 우주항공청을 설립할 때 다양한 분야를 반영해야 한국이 우주기술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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