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HD현대, 사우디 조선-엔진 양대 투자사업 속도낸다

정기선 사장 3년차 사우디 사업 본궤도
사우디 최대 합작조선소 연말 시험 가동
선박엔진 합작공장도 2025년 하반기 준공
원유운반선 건조기술 주고 로열티 받아
"50년만에 설계 기술 수출 회사로 성장"
"힘센엔진, 첫 라이선싱..해외거점 확보"

HD현대, 사우디 조선-엔진 양대 투자사업 속도낸다
HD현대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조선·엔진 등 대규모 투자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오른쪽). HD현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HD현대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조선·엔진 양대 투자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 취임 3년차인 내년부터 합작조선소 등 사우디 투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30일 HD현대중공업은 사우디 국영회사들과 합작한 현지 조선소 IMI가 내년 하반기 본 가동을 앞두고 시험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HD현대 관계자는 "현재 조선소내 3개의 대형 독(Dock)은 물론, 골리앗크레인(4기), 안벽(7개) 등 주요 시설을 시험 가동 중"이라며 "6개월 정도의 테스트, 시험 운용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본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1900억원을 투자, IMI 지분 20%를 갖고 있다.

IMI는 연간 40척 이상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500만㎡(150만평) 규모의 초대형 조선소다. 원유대국 사우디에 특화된 원유운반선(VLCC),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및 해양플랜트, 군함 등을 건조한다.

IMI는 최대주주인 아람코(지분 40%) 및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흐리(IMI 지분 20%) 등에서 50척 이상의 원유운반선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HD현대 관계자는 "수주한 선박 중에 바흐리가 발주한 대형 벌크선이 IMI의 '1호 건조 선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은 IMI에 VLCC 설계도면과 설계 지원, 기술 컨설팅 등 설계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VLCC 1척당 로열티를 받는 구조인데, 앞서 2019년 HD현대중공업은 IMI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조선업 역사상 처음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설계기술이 없어 50년 전 영국업체에게 26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의 설계도면을 임대해 첫 선박을 건조했었다"면서 "반세기 만에 우리의 설계 기술을 수출하는 회사로 성장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HD현대, 사우디 조선-엔진 양대 투자사업 속도낸다
HD한국조선해양이 투자한 사우디 선박엔진 생산공장도 2025년 하반기 준공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은 지난 6월 합작사 '마킨(MAKEEN)'의 엔진 생산공장 착공식 모습. HD현대 제공


IMI가 들어서는 킹 살만 조선산단에는 선박엔진 생산공장 건설도 한창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아람코, 사우디투자공사 두수르와 공동 투자한 합작사 마킨(MAKEEN)의 첫 공장이다. 2025년 4·4분기 가동 목표로 지난 6월 착공했다. 이 공장에선 HD현대중공업이 독자개발한 중형엔진 '힘센엔진'을 중점 생산한다. HD현대가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회사 관계자는 "합작공장은 HD현대의 첫 해외 엔진공장이자 힘센엔진의 첫 라이선싱 사업"이라며 "선박용 엔진시장의 해외 거점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HD현대그룹은 사우디의 국책 프로젝트 핵심 파트너다. 조선산업 밸류체인을 확보하려는 '킹 살만 조선 프로젝트', 초대형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HD현대일렉트릭(678억원 규모 전력기기 공급) △HD현대인프라코어(디벨론 굴착기·휠로더 131대 판매) △HD현대건설기계(40t급 굴착기 12대 등 50대 수주) 등이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4년 전 아람코로부터 1조3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블루암모니아 개발 사업 등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사우디 투자는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역할이 컸다.
정 사장은 수년간 사우디 사업에 공을 들이면서 사우디 유력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에 동행한 정 사장은 주요 인사들과 조선해양, 에너지 등의 사업 협력 방안을 활발히 논의하며 주목받았다. 정 사장은 "HD현대가 만드는 선박과 HD현대의 기술이 대양의 친환경 대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