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둔화에 美 대선 변수 더해져
포드·GM·테슬라 사업 축소 방침
현대車 전기차 전환 불가피 판단
"계획대로 美현지 생산·투자 추진"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내년 전기차 투자 계획을 놓고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수요가 급속히 위축되는 가운데 미국의 전기차 정책의 향배가 걸린 내년 미국 대선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들이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포드·GM·테슬라 등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발빠르게 전기차 속도조절을 택했다. 반면, '2030년 글로벌 톱3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는 현대자동차는 당장 '전략 변경은 없다'는 입장이라 향후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머스크 "폭풍이 몰려온다"
29일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산업 선두그룹인 미국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짐 팔리 포드 회장 겸 CEO, 매리 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최근 잇따라 전기차 사업 축소나 지연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는 앞서 지난 18일(현지시간) 3·4분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부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향후 경제 상황을 "폭풍이 몰려오는 경제 여건"이라고 칭하며, 멕시코 테슬라 생산공장(기가팩토리) 건립 추진 일정도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GM 매리 바라 회장도 전기차 수요 둔화 추세를 반영, 2년간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한다는 당초 계획(2022~2024년)의 폐기를 공식화했다. 포드 짐 팔리 회장도 전기차 투자 계획 중 120억달러(약 16조2600억원)를 축소하고, SK온과 합작해 건설 예정인 켄터키 2공장 가동도 연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완성차 업계가 주시하는 더 큰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이다. 공화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전환 정책에 수정이 가해질 수 있다. 사실상 '보조금 정책'으로 이끌어온 미 전기차 산업의 일대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 전기차 전환 마이웨이
이와 달리, 현대자동차는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추세적으로 불가피한 만큼 당장은 전기차 전략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병행 생산으로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서강현 부사장은 지난 26일 3·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 전기차 거점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조지아주 공장)를 "2024년 하반기(기존계획은 2025년)에 가동할 것"이라며 "잠깐의 허들이 있어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생산 기일이나 개발을 늦추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2년까지 35조8000억원을 전동화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글로벌 완성차들의 전기차 투자 속도조절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테슬라 등 전기차 기업들의 투자 속도조절은 전통의 완성차 업체들로선 전기차, 스마트카 분야의 기술격차를 좁히거나, 우위를 선점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전기차 전환이란 흐름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