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관객 몰입형 뮤지컬 '룰렛'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관객 몰입형 뮤지컬 '룰렛'
이머시브 뮤지컬 '룰렛'

예술의 변화는 관객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의 발달과 예술 영역의 확장으로 인해 예술이 예술가만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를 지나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로 변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머시브 씨어터(Immersive Theatre·관객 몰입형 공연)는 이러한 관객의 요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머시브 씨어터는 일반적으로 극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배우와 관객이 같은 공간에서 퍼포먼스가 이뤄지는 공연을 뜻한다. 국내에서도 이머시브 씨어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오랜 기간 주춤할 수밖에 없었고, 다시 이머시브 씨어터에 대한 관심과 시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머시브 뮤지컬 '룰렛'은 이런 관점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을 획득하고 있다. 첫째, 상업적 구조화의 가능성이다. 이머시브 공연의 특성상 공간 세팅에 많은 비용이 들고, 관객의 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 상업적 기반의 수익구조를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때문에 이전의 국내 공연들도 대개는 실험적인 공연들이 대부분이었다.

'룰렛'은 철저하게 관객 중심의 스토리와 구조로 설계해 관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작품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재관람을 하도록 공연 내의 변수를 만들어놓고 매일 매일이 다른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기존의 공간을 활용하면서 최대 100명의 관객을 수용함으로써 수익구조의 가능성을 높였다. 상업적 구조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결국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작품들이 자꾸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관객 몰입형 뮤지컬 '룰렛'
이머시브 뮤지컬 '룰렛'

둘째, 관객참여를 위한 꼼꼼한 설계다. 관객참여형에 있어서 가장 흔한 실수는 단순하게 관객들에게 참여를 요청하는 것이다. 무작정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하는 것은 관객들에게 불쾌감과 거부감을 높일 수도 있다. '룰렛'은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관객들에게 입장시에 주어진 칩을 늘일 수 있는 다양한 게임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중간 중간에도 게임을 통해 이야기에 참여하게 되고, 관객들의 결정에 의해 각기 다른 결말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공간에 대한 설정과 운영이다. 이머시브 씨어터에 있어서 공간의 설정과 계획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공연의 공간인 연남장은 오래된 여관을 리모델링한 문화공간으로 낮에는 브런치 카페로 이용하고 저녁에는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룰렛'의 무대로 매우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어서 관객들의 몰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배우들과 관객들이 뒤섞여 움직여야 하는 공연의 특성상 관객들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자리를 배치하는 운영이 매우 꼼꼼하게 설계돼 있다.


이머시브 뮤지컬 '룰렛'을 주목하는 이유는 아직은 이야기의 완성도와 캐릭터의 깊이 등에 있어서 보완할 점도 남아 있지만 앞으로 나올 이머시브 공연들의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좋은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머시브 씨어터는 앞으로 더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자극적인 공간에서 매력적인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를 바로 눈 앞에서 보여준다는 것은 관객에게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