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친환경 미래 기술 실험·개발 한창
선박 건조 작업 무인·지능화 앞장
주요 공정마다 80여개 로봇 적용
지난 2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이중연료추진 VLCC가 건조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지난 27일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슬로싱 연구센터'에서 슬로싱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파이낸셜뉴스 거제(경남)=홍요은 기자】 "액체 화물이 출렁거리는 것을 '슬로싱'이라고 하는데,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극저온 화물이나 암모니아같이 독성을 지닌 액체는 화물창 벽면에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유출 시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테스트가 무척 중요합니다."
지난 27일 방문한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슬로싱 연구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세개의 다리가 위아래로 펌프질을 하며 투명한 화물창 모형 안의 물을 출렁이게 만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약 10일간 총 500회차 이상의 실험을 거치는 동안 센서는 실시간으로 내부 데이터를 측정하고 화면에 그래프를 그린다.
이상범 한화오션 슬로싱 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선박의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슬로싱 테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적정 화물량에 대한 수치화된 지표를 얻을 수 있어 선주의 물류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서울 여의도 1.5배 넓이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는 슬로싱 연구 외에도 다양한 친환경 미래 기술 실험이 한창이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극저온 연구시설인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LNG 재액화·재기화, 암모니아 분해 및 수소 생산, 액체 이산화탄소 등 신기술을 실증설비를 통해 검증하는 곳이다.
실제로 실험용 고압 LNG 펌프의 겉면에는 추운 날씨가 아닌데도 성에가 하얗게 쌓여 김을 내뿜고 있었다. 조두현 에너지시스템연구팀장은 "내부 온도가 영하 175도까지 내려가면서 LNG 기화 손실을 막는다"며 "1535시간의 연속 운전 테스트를 통해 본선에 탑재할 만큼의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무인화·지능화 설비도 눈길을 끌었다. 인체구조상 작업 시 부담이 가해지는 작업 각도에서는 로봇을 적용한 것이다. 한화오션이 지금까지 연구개발해 주요 공정에서 활용하고 있는 로봇은 총 10여개 분야에서 80여개에 이른다. 홍태민 용접기술연구팀 연구위원이 버튼을 누르자 용접로봇이 불꽃을 튀기며 철판 이음매를 메웠다. 홍 연구위원은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레일 수평·수직 완전자동용접 로봇은 레일을 설치하지 않아도 자석을 철판에 부착해 로봇이 용접하도록 한다"며 "레일을 한번 설치하는 데 걸렸던 4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현장에 110대가 투입된 후 작업자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스마트 시운전 센터'에서는 해상 시운전 중인 선박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시뮬레이션으로 위험요소에 사전 대응하고 있다. 생산현장 곳곳에서 발생하는 빅테이터를 수집해 스마트조선소 전환을 이룰 방침이다.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거제사업장은 세계 최고의 설비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미래 친화경 선박을 연구개발·건조하는 요람"이라며 "미래 조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나가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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