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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따라 실적·주가 희비... 고민 커진 LG화학 투자자들

전기차·2차전지 업황 영향 커
올 80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
40만원대로 떨어지며 부진지속

"엔솔(LG에너지솔루션) 빼면 별 것 없네." "양극재, 분리막 부문을 LG멀티리얼즈, LG첨단소재로 분할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왜 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2차전지로 '흥'한 LG화학에 대한 투자심리가 2차전지 때문에 가라앉고 있다. 예상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주가가 추락하며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LG엔솔에 좌우되는 실적·주가

10월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전 거래일 대비 1.12% 빠진 44만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4월 82만5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40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LG화학의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6% 줄어 860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5% 감소한 13조4948억원이다. 지난해보다 실적이 떨어졌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회복세를 보였고 증권가 전망치보다도 11.46% 높았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컨센서스보다 높은 성적표를 낸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의 비용절감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덕분"이라며 "나머지 부문의 실적은 대체로 예상치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LG에너지솔루션 덕분'이라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올해 4·4분기 영업이익을 전분기 대비 32.4% 감소한 5810억원으로 예상하고 "화학, 첨단소재, LG에너지솔루션 부문의 감익"을 이유로 들었다.

3·4분기 실적시즌에서 '깜짝 실적'을 냈음에도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2차전지 업황에 주가가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4분기 실적은 예상 수준의 실적이었다"면서도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1290억원으로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투자 결단 필요해"

LG화학의 실적발표 이후 나온 증권사 리포트 13개 가운데 10개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유는 대부분 전기차와 2차전지 업황에 대한 우려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65만원에서 59만원으로 내리며 "내년 LG에너지솔루션과 양극재 부문의 실적 추정치가 낮아지면서 전사적인 추정치가 10% 가량 조정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전망은 엇갈린다. 업황에 대한 우려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4·4분기 이후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회사의 투자 결단이 있기 전에는 추세적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한승재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올해 6월 이후 30% 이상 조정을 받으면서 업황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분기 실적 역시 4·4분기를 바닥으로 내년에는 화학, 첨단소재에서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윤재성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회사는 양극재·전구체 및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의 투자계획에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당초 증설을 보수적인 관점에서 설정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며 "중장기 성장 전략은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 업황 둔화 국면에서 투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이를 해소하는 회사의 결단이 주가 반등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