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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發 망사용료 논의 '숨고르기'

유럽 일부 국가들 신중론 표명
연내 법안 초안 나오기 어려울 듯
내년 총선 앞둔 국내 상황도 비슷

늦어도 올해 하반기 법안 초안을 갖출 것으로 기대됐던 유럽판 망 공정기여(fair contribution) 논의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유럽 전역에서 더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다. 내년 유럽연합(EU) 선거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둔 국내도 망사용료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C 내부시장은 지난달 디지털네트워크법(Digital Network Act·DNA)을 제안했다. 네트워크 투자 인프라 재편, 신사업 육성, 안보 강화 등을 골자로 확장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장외전을 펼쳐 온 망 공정기여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업계는 법안 논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오는 2025년에나 법안 초안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 내 망 공정기여와 관련해 일부 국가가 '신중론'을 표명하고 있는데다 내년 선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망중립성을 강조해 온 영국의 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은 최근 네트워크 서비스 발전·혁신을 위한 변화의 필요성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망 인프라에 대한 공정 기여·의무 분담은 아직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아돌포 우르소 이탈이아 산업부장관은 "빅테크를 비롯 디지털인프라로 혜택을 보는 모든 주체들이 공정하고 비례하게 기여해야 한다"면서도 "이탈리아는 EC가 더 깊은 조사를 진행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공정한 기여를 집행하는 방법론에 있어 신중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EU는 내년 중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EU 구성 등에 따라 법안 추진력 여부가 결정될 수 있고, 논의가 미뤄지면 기한을 내후년으로 넘길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9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손을 잡으며 법적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국회에선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법안 마련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내 망사용료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나 국회도 원론적인 입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9개의 관련 법안도 21대 국회 내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