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해외서 답 찾는 박진순 한림건축그룹 회장
급격한 도시화 진행되는 동남아... 업무용·물류 등 건설붐 일 것
2016년부터 현지 개발 공들여
韓, 2025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 실버 주거상품 미래먹거리 주목
박진순 한림건축그룹 회장은 국내 건설산업 위기에 대응해 "해외에서 답을 찾는다"고 했다. 박 회장은 6~7년 전부터 동남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해외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미래를 위한 해답은 해외에 있다."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건설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박진순 한림건축그룹 회장이 6~7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직접 동남아 각국으로 향하는 이유도 이 같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박 회장은 2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20년 넘게 부동산 관련 산업을 해왔지만 최근의 위기는 전과 다르다"며 "어두운 터널이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건설현장이 멈추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일어나지 않는 등 전혀 다른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종합 부동산기업으로 성장
박 회장은 지방의 작은 시공사에서 첫 발을 내딛었다. 한림건축은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정도다. 박 회장은 "건설사에서 현장소장을 일하면서 설계와 시공이 분리된 현장의 불합리한 점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02년 한림건축을 설립해 도시계획, 건축설계는 물론, 감리 부동산 개발, 건설관리(CM), 마케팅 등 건설업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부동산기업으로 키워냈다. 서울 동부화물터미널,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스테이트타워 남산, 시그나타워 등을 설계·관리했다.
그중에서도 박 회장은 2006년 서울 중구 회현 제2-1지구를 재개발한 스테이트타워 남산(지하 6층~지상 24층)에 큰 의미를 뒀다. 이를 계기로 한림건축이 건축회사에서 도시를 개발·창조하는 디벨로퍼로 변신하며 부동산업계에서 인정을 받았고,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만약 설계와 감리만 고집했다면 지금처럼 다방면으로 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일이 생기든지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협업 없이 홀로 선다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다.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협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물류센터에 주목했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류센터 건설 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한림건축은 2018년 경북 칠곡의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최근 서울 장안동 화물터미널 물류시설까지 전국 13곳의 물류센터 건축설계 및 건설사업관리(CS) 용역을 수행했다.
올해는 한림글로벌어반을 만들어 서울시가 추진하는 주택공급 정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의 새로운 정비모델인 '모아타운'은 다가구·다세대 주택들의 필지를 모아 아파트로 개발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현재까지 서울 강남구 일원동 대청마을(모아타운), 은평구 불광동 모아타운, 노원구 중계본동 주택재개발사업 등의 CM 용역을 수주했다.
■동남아에서 활로 찾는다
박 회장의 눈은 이제 해외를 바라보고 있다.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을 위해 맞춤형 매니지먼트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사실 한림건축그룹은 2016년부터 동남아 부동산 개발에 매진해오고 있다.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동남아의 급격한 도시화에 주목한 것이다. 2017년 캄보디아법인에 이어 2019년에는 베트남과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먼저 캄보디아에서 프놈펜의 아마스센트럴타워(지하 3층~지상 27층) 프로젝트를 완성, 2020년 '프라퍼티 그루 어워드'에서 최고 사무실 건축·설계부문' 금상을 받았다. 올해는 이마트24의 캄보디아 진출 동반자로서 부지 선정부터 인테리어, K-컬처 전파까지 함께 하고 있다. 향후 5년 안에 매장을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베트남에선 지난 8월 한국형 신도시 스타레이크시티의 K2HH1 개발사업 현상설계 공모에 당선됐다. 지하 3층~지상 25층 규모의 복합개발사업으로, 연면적 10만4100㎡에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주거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이 역시 원스톱 종합부동산서비스의 결과물이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도 과거 경제개발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하지 않았나. 당시 도로, 항만, 주택 등 인프라시설 구축이 빠른 도시화를 이뤄냈고, 덕분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도 제조업을 넘어 곧 이커머스와 물류 데이터센터 등 혁신사업 분야에서 건설 붐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해마다 5~7%의 경제성장률을 보여주는 동남아 시장에서 도심의 상업용 및 업무용 부동산 시장이 핫(hot)할 것"이라며 "전체 인구의 60%에 이르는 경제활동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지금이 도시화에 절대 필요한 인프라 구축사업에 한국의 선진화된 건설문화를 전파할 시기라고 봤다"면서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한림건축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기술사관학교를 설립해 인재양성을 최종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실버 주거상품 유망
박 회장이 생각하는 국내 건설산업의 미래 먹거리는 무엇일까. 그는 망설임 없이 데이터센터와 실버 주거상품을 꼽았다.
박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의 건립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만큼 블루오션이다. 국가나 지역별로 유치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며 "기업이나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매주 중요한 책임이다. 금융, 헬스케어, 게임 등의 산업에서 특별한 요구사항을 갖는 데이더센터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다시피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18.4%로 사상 처음 900만명을 돌파했다. 2025년이면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고령자를 위한 주거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최근 노인복지시설 도입 가능 용도지역에서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업체의 참여가 힘들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토지비, 공사비, 인건비 상승에 임대 보증금 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없어 "90% 분양, 10% 의무임대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실버 주거상품은 단순히 주거뿐만 아니라 건강체크, 재활, 간호, 커뮤니티, 음식 등 다양한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고령층에 접어든 이들이 여유 있는 자산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소비활동에 나서는 '뉴시니어'로 편입, 자신들에 적합한 주거상품을 찾아 나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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