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화물사업 수익성 갈수록 하락
1조 부채 떠안을 인수기업 불투명
EC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도 남아
노선 반납땐'반쪽합병' 비판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분리매각안을 통과시키면서 대한항공과의 합병무산 위기도 일단락된 모습이다. 다만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합병승인 결정을 내리지 않은 3개국이 남은 만큼 합병까지는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화물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자가 나타날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합병까지 남은 변수 많아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임시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분리매각안을 3명 찬성, 1명 불참, 1명 기권으로 통과시켰다. 앞서 지난달 29일 화물 분리매각에 반대의사를 냈던 사내이사 한 명이 사임했고, 지난달 30일 열렸던 1차 이사회에서 결정이 유예된 바 있다.
서울 모처에서 열린 이사회에는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와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5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3명이 찬성, 1명 반대, 1명이 기권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두 항공사는 합병무산 위기를 일단 넘기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 매각안에 반대했다면 EU의 합병승인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 5월 중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유럽~한국을 오가는 화물 운송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중간 심사보고서(SO)를 배포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 매각 결정을 했어도 남은 과제는 여전히 많다. 우선 국내에 화물사업을 인수할 대상자가 많지 않다. 업계는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를 후보군으로 보고 있지만, 화물사업을 인수하면 이와 관련된 부채(약 1조원 예상)까지 떠맡아야 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비 화물 운임이 크게 하락한 것도 걸림돌이다. 운임 하락으로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면 인수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물 운임이 반등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시절 고점일 때와 비교하면 60%가량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EC의 까다로운 승인절차도 남아 있다. EC는 현재 두 항공사 합병과 관련된 심층조사를 멈춘 상태다. 향후 요구한 보고서를 제출받은 뒤 심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빠른 시일 내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고 EC의 승인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EC 승인해도 美·日 남아
추후 EC의 승인을 받더라도 두 항공사의 최종 합병을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승인이 필수다. 문제는 두 나라가 독점 우려를 이유로 대한항공에 슬롯 및 노선 반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합병 시 영국 LCC 버진애틀랜틱에 7개 슬롯을, 중국에는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슬롯은 시간당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횟수다. 항공사가 운수권(특정 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권리)을 가지고 있더라도 슬롯이 없으면 비행기를 띄울 수 없어 항공사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인천~뉴욕, 인천~시카고 등 '알짜 노선'이 반납목록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물 매각과 노선 반납 등으로 '반쪽짜리' 합병 우려도 나온다. 화물사업이 아시아나항공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해외 국가에 노선을 반납하면 그만큼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전체 매출의 절반 넘는 53.1%가 화물부문에서 나왔다. 노선, 슬롯, 운수권이 모두 국가재산인 만큼 과도한 반납은 국부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편 인수 과정이 길어지자 항공업계에서는 합병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노조와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국익이나 국민편의,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목표는 결국 아시아나항공 해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기존 지난 16~20일이었던 전 직원 대상 합병반대 서명운동 기간을 27일까지 연장했다. 이들은 공공운수노조를 통해 EC에 해당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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