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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럼피스킨병 확산 막는 ‘백신과 차단방역’

[특별기고] 럼피스킨병 확산 막는 ‘백신과 차단방역’
지난달 20일 충남 서산의 한우 농가에서 최초의 국내 럼피스킨병 확진 소식을 듣게 되었다. 럼피스킨병은 소, 물소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주요 전파는 모기, 파리, 진드기 같은 흡혈곤충에 의해 일어나며 감염된 소는 고열, 피부 및 내부 점막의 혹 덩어리 형성, 성장지연, 유량 감소, 유산, 불임 등의 임상증상과 함께 가죽 손실 등으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주게 되는 질병이다.

사실 럼피스킨병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축우 농가들에는 낯설지 않은 질병이다. 이 질병이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최초 발생한 후 2013년부터 유럽을 거쳐 2019년 중국, 대만,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 국가까지 확산했을 때 우리 방역당국은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진단검사 기법을 확립하고 긴급행동지침을 제정했으며 확산 방지를 위해 백신을 비축해 두었다. 동시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축우 농가에 주요 증상과 신고요령을 홍보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럼피스킨병이 발생했다. 어디서 어떻게 국내에 들어왔는지는 추후 밝혀내야 할 숙제이며, 지금은 이 질병을 몰아내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국가재난형 가축전염병의 근절을 위한 두 축은 차단방역과 백신이다. 럼피스킨병도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 신속하고 올바른 백신 접종이 수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백신은 질병의 확산을 막아주는 역할일 뿐 감염을 막는 것은 차단방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럼피스킨병은 백신 접종 후 방어력을 갖게 되겠지만 축우 농장의 차단방역은 지금부터 점검을 시작해야 한다. 축우 농장에서는 사람과 차량을 통제하는 기본적인 방역수칙 준수와 함께 유해곤충을 방제하는 다양한 조치를 통해 차단방역 강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 노력들이 더해져야 지금 하는 럼피스킨병 백신 효과도 극대화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축우장 자체의 방역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시설이 잘되어 있어도 농장에서 실제적인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 이 모든 노력이 빛을 잃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감염 개체를 조기에 찾아내고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발생농장에 대한 살처분 보상금 전액 지급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럼피스킨병이 생소하여 많은 불안감을 가질 수 있으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럼피스킨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으며, 백신을 접종한 가축의 고기나 우유를 먹어도 안전하다. 그리스, 크로아티아, 이스라엘 등 여러 국가에서 럼피스킨병 발생에 따라 백신을 접종했으며, 백신을 접종한 가축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 이슈가 된 바는 없다.

백신 접종이 완료되고 이번 발생과 확산이 마무리되더라도 럼피스킨병 방역이 끝난 것은 아니다. 럼피스킨병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라도 또 다른 경로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럼피스킨병의 유입 가능성이 될 만한 유입원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함께 소들에 대한 감염 모니터링이 지속해서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축전염병은 결국 농장의 차단방역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4년 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개선을 시작한 양돈장 차단방역 시스템은 8대 방역시설 의무화로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크게 향상된 양돈장 차단방역 시스템이 된 것처럼 이번 럼피스킨병 발생을 통해 국내 축우 농장도 차단방역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개선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