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메타버스·뉴딜·백신 등
출시 당시 열풍은 오간 데 없어
코스피 상장 상품 3개 중 1개
자산 총액 50억 미만 소규모
자산운용사들이 테마주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고 있지만 소규모 펀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자산이 적은 상품일수록 테마형의 비중이 높았다. '반짝' 자금모집을 위한 추종성 상품 출시는 결국 운용사에도, 투자자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788개 ETF 가운데 순자산 총액이 50억원 미만인 상품은 모두 73개(10월 말 기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략 혹은 업종 테마로 분류되는 ETF는 총 22개다. 비율로는 30.1%에 해당한다.
주로 뉴딜, 플랫폼, 골프, 백신, 메타버스 등 최근 2~3년 사이에 나온 상품들이다. 출시 당시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었으나 지금은 사실상 사장된 상태다. 소규모 펀드는 설정·설립 이후 1년이 되는 날 원본액이 50억원에 못 미치는 상품을 의미한다.
순자산 상위 구간에선 해당 비율이 축소됐다. 순자산 5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인 상품(235개) 중에서 테마형은 65개로 27.7%를 차지했다. 순자산 1조원 이상 ETF 24개 가운데는 테마형이 3개(12.5%)에 불과했다. 5000억원 이상~1조원 미만의 구간에서도 해당 수치는 25개 중 5개(20%)에 그쳤다.
테마형은 특정 이슈 관련 종목을 추려서 만드는 만큼 대표지수를 따르는 유형과 달리 10개 내외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테마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이들의 주가도 떨어지게 된다. '펀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분산투자가 안 되는 셈이다.
투자자들도 장기 투자수단으로 삼기보다는 한창 오를 때 수익을 취하고 빠지려는 용도로만 취급한다. 고점으로 판단되는 지점 근처에서 대량 매도가 나오면 수익률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한창 시장을 이끌었던 2차전지 테마 ETF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만 인버스 상품을 제외하고 5개가 나왔다. 이달 'BNK 2차전지 양극재'를 뺀 나머지 4개의 최근 1개월(1일 기준) 평균 손실률은 29%를 넘어섰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 테마형은 대개 같은 지수를 따르는 등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대형사 상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크다.
운용사들도 고민이다. 단기성이라고는 하나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품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한 자산운용사 ETF운용역은 "남(경쟁사)들은 다 상품을 내놓는데 잠자코 있으면 사실상 뒤처지는 것으로 인식된다"며 "장기투자 문화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마형은 대부분 패시브 상품이라 편입종목들이 힘을 쓰지 못하더라도 들어내거나 비중을 조절하기가 녹록지 않다.
추종하는 지수가 변경되지 않는 이상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테마형 207개 가운데 액티브는 40개(19.3%)에 불과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서 단기 테마 ETF에 치중하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며 "투자자들도 테마형에 치우치는 투자를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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