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동금속에서 한 작업자가 일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뉴스1
납품대금 연동제가 오히려 갑질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동제 시행 한달을 맞으면서 대기업 등 원청업체가 납품사에 생산원가 공개 요청 등 도를 넘는 갑질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납품단가 도입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 낫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6일 중소기업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조사 A 기업은 최근 납품사에 "납품단가 연동제 참여 의향이 있는 기업은 제조원가를 보고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의 취지는 '원재료 가격이 제조원가에 어느 정도 차지하며, 원재료가 정확하게 어느 정도 올랐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공문을 접수한 납품사의 입장은 다르다.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생산원가를 공개하면 자칫 다른 부분으로 납품단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는 등 부담이 큰 것이다.
A기업 납품사 B 재무담당 관계자는 "납품단가 연동제와 관련도 없는 부분까지 공개를 하게 된다면 을의 위치에 있는 기업으로서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며 "(연동제가)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인 것이 맞나 의심된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은 연간 납품단가를 정해두고 납품사와의 단가를 정하는데 생산원가까지 공개를 하면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빌미만 줄 수 있다는 것이 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B씨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로 영업이익률이 반토막난 상황에 생산원가까지 공개되면 부담만 더 커질 수 있어 답답하다"며 "납품단가 연동제 시행이 처음에는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전 보다 오히려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이 기업은 연동제 참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해 회신도 미루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납동제를 피해가기 위한 일명, '쪼개기' 사례다. 이는 현행 납품단가 연동제는 1억원 이하 납품대금에 대해선 예외 적용을 하고 있는데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는 C기업은 최근 원청기업으로부터 납품 규모가 대폭 축소를 통보받았다.
C기업 관계자는 "연간 계약으로 3억원 정도를 수주했다"며 "최근 1억원으로 3회에 나눠 계약을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연간 수주 규모는 변동이 없어 원청사 의견에 동의했다.
상생협력법상 납품대금 연동제는 수탁·위탁거래의 기간이 90일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내인 단기계약인 경우, 납품대금이 1억원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하인 소액계약의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를 계도 기간으로 두고 제도에 대한 교육·홍보를 펼치는 한편 자진시정을 유도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직권조사를 실시해 탈법행위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중기부에 따르면 납품대금 연동제 참여 기업은 11월 기준으로 8120개를 넘어 섰으며 연말까지 1만개 이상 모집할 계획이다. 또 연동제 시범운영 참여기업 160개를 대상으로 지난 6∼8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75.2%는 연동 계약 체결 과정 전반에 대해 만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