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순신’
춤·판소리·뮤지컬 등 어우러진 공연만이 풀어내는 작품 선봬
낯선 장르, 음악으로 허물고 내면은 무용, 해전은 판소리로
이지나·김문정 등 무대 장인 출동...이달 26일까지 예술의전당서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순신' 연습 장면. 판소리를 비롯한 다양한 소리와 춤으로 주요 해전을 표현한다.
이지나 연출 서울예술단 제공
소리꾼 이자람 서울예술단 제공
"(장르 혼재로) 의도치 않은 소외 효과가 나올까봐 걱정되지만, 공연만의 미덕이 있는 공연을 하는 것은 제 자존심이고, 제 평생 숙제입니다."(이지나 연출)
영웅 이순신을 재조명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순신'이 오는 7~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오른다. 이지나 연출을 비롯해 김문정 작곡가, 이자람 작창가 등 공연계 내놓아하는 창작진이 의기투합했다. 또 총체극에 일가견이 있는 이지나 연출이 기존 이순신을 소재로 한 영화·드라마, 소설과 차별화되는 무대만의 매력을 전한다. 바로 판소리와 무용, 뮤지컬 그리고 첨단 기술이 도입된 무대미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양식의 총체극이다.
■뮤지컬과 판소리, 무용과 이미지의 결합 등 융복합 공연
1592년 임진년 4월 어느 날, 순신은 불길한 꿈을 꾼다. 그의 꿈처럼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전라좌수사에 천거된 후 왜적을 막아낸다. 한산대첩을 앞둔 순신은 거대한 조각들이 구선을 이루고, 철갑이 둘러지는 꿈을 꾼다. 창작가무극 '순신'은 '난중일기'에 기록된 40여 개 꿈 이야기를 엮어 역사적인 사건과 교차 편집하여, 불완전함 속에서 완전을 향해 나아가고자 무던히도 애쓴 한 인간의 내면을 다룬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순신 일대기를 다룬 스토리텔링 중심의 작품이 아니다.
개막을 앞두고 만난 이지나 연출은 "이순신은 처음부터 매우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며 "여러 상황에 몰려 초인이 됐다고 느꼈다. 이순신이 초인적으로 이겨낸 고통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순신 역은 서울예술단의 형남희 무용단원이 맡았다. 이순신이라는 왕관의 무게에 짓눌려 처음에는 걸음도 못 뗐다는 게 이지나 연출의 전언. 그는 "형남희 단원이 움직임과 춤으로 이순신의 내면을 표현한다. 다섯 명의 코러스는 이순신의 분신으로 그의 심리를 대사와 노래로 설명한다"고 부연했다. 조선의 14대 임금으로 이순신에게 시기심과 열등감을 느끼는 선조 역은 서울예술단의 대표 배우 최인형이 연기한다. 와키자카가 이끄는 왜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이순신의 막내아들 면 역은 '신과 함께_저승편'의 권상찬, 유일한 허구 인물인 남장여자 무사 하연 역은 송문선이 맡는다. 둘의 로맨스는 뮤지컬 형태로 풀어낼 예정이다.
이지나 연출은 "오랫동안 구상했던 뮤지컬과 판소리의 만남, 무용과 이미지의 결합 등 융복합 공연"이라며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총체극 소스는 다 완성했다. 이제 (내가) 잘 편집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전투 장면은 판소리로, 서사는 현대적인 음악으로 표현할 예정"이라며 "판소리를 듣다가 무용을 보고, 뮤지컬까지 계속해 달라지는 호흡에 낯설 수도 있는데, 이를 김문정 음악감독이 음악으로 일관성 있게 붙여준다"고 부연했다.
■한산, 명량, 노량 주요 해전 판소리로 풀어
'순신'의 또 다른 주역은 소리꾼이자 해설자인 '무인' 역이다. 이자람 작창가와 서울예술단의 신예 윤제원이 번갈아 맡는다. 이자람은 "작창을 하면서 너무 울컥했다"며 "화도 많이 났다. (전쟁과 당파 싸움에 내몰린) 시대가 낳은 희생양이자 시대가 원했던 영웅, 이순신의 울분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순신'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순신'
이순신은 임진왜란 당시 23전 23승을 거뒀다. '순신'에서는 임진왜란 시작부터 한산, 명량 등 주요 해전 장면을 고수와 함께하는 전통적인 판소리뿐 아니라 사물놀이와 피아노 선율, 합창 등을 더해 표현할 예정이다. 이자람은 "한산대첩은 판소리 적벽가처럼 전통적으로 간다면, 명량해전은 해류를 이용한 해전이라 장단의 변화를 크게 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순신이 마침내 숨을 거두는 노량해전은 정가로 표현한다.
이지나 연출은 "'한산섬 달 밝은 밤에…큰칼 옆에 차고'같은 시를 쓸 정도로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 승리를 위해 민초를 일벌백계하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싶더라"며 "실제로 '난중일기'에 죽고 싶다는 마음을 많이 표현했다"고 짚었다. "(노량해전에서) 순신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마침내 피안의 세계로 사라집니다.
원래는 정가에 울음을 넣어달라고 (이자람에게) 요구했는데, 정가를 듣고 울음이 불필요하다고 느꼈죠. 정가로 (초인을) 예우해 보내드립니다." 이지나 연출은 또 "원체 초인들을 좋아한다"며 "'서편제'의 송화와 같은 소영웅이나 초인이 된 순신처럼 큰일을 해낸 영웅에게 외경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지금 이순신과 같은 초인을 기다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작품에 시대상과 국민의 열망도 투영했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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