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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즐겨먹던 사골국물 구현한 컵라면 대히트"

이은보라 이마트24 일반식품팀 MD
이마트24 PB '돈사골새우라면'
다른 히트상품 재구매율의 2배
깊고 진한 국물맛 내는데만 반년
반짝인기 넘어 스테디셀러 기대

[fn이사람]"즐겨먹던 사골국물 구현한 컵라면 대히트"
출시 2주 만에 재구매율 25%를 기록했던 편의점 컵라면이 있다. 이마트24가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지난 9월 새롭게 선보인 '아임e 진한 돈사골새우라면'이다. 그간 편의점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진한 사골라면의 등장에 한 번 구매한 사람 4명 중 1명은 이 컵라면을 또 찾았다. 편의점 대표 상품으로 가장 잘 팔리는 인기 컵라면도 재구매율이 10%대인 걸 고려하면 이례적인 숫자다.

돈사골새우라면의 탄생은 평소 사골국물 요리를 자주 해먹는 이은보라 이마트24 일반식품팀 MD(사진)의 "왜 진한 사골라면은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13일 이 MD는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평소 시중 사골라면의 밍밍한 맛이 아쉽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사골을 제대로 구현한 사골라면을 만들면 잘 팔리겠다는 생각에서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운라면 열풍' 속 진한 사골라면 개발을 택한 건 틈새를 파고든 전략이다. 이 MD는 "이미 매운맛 라면이 넘쳐나는 데 또 매운맛을 내는 게 맞겠느냐는 의문이 있었다"고 했다. 여기에 평소 이 MD가 즐겨 먹던 새우라멘의 새우가 이색재료로 들어갔고, 느끼함을 잡기 위한 된장이 추가되면서 지금의 돈사골새우라면이 탄생했다.

그간 편의점 라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색상품의 등장에 반응도 남달랐다. 이 MD는 출시 초기 점포의 발주 패턴에서 이미 '대히트'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신제품 출시 초기에는 점포 발주량을 계속 살펴보는데, 두세 박스 발주 넣은 점포에서 그다음 날 10박스씩 발주하는 걸 보면서 '잘 팔리는구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재구매율 25%는 이마트24에도, 이 MD에게도 상당히 고무적인 숫자다. 라면뿐만 아니라 한 상품이 스테디셀러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표가 재구매율이기 때문이다. 돈사골새우라면은 신상품으로는 유일하게 판매량에 따라 부여하는 상품 등급의 최상위 등급인 S군에 들었다. 이 MD는 "라면은 오랜 기간 기존 제품의 입맛에 길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 스테디셀러 상품은 대부분 출시된 지 20년, 30년씩 된 제품들"이라며 "신상품이 꾸준히 판매되는 'S군'에 들어가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했다.

돈사골새우라면의 특장점은 가장 힘을 준 진한 국물에 있다. 세가지 라면 별첨 수프가 들어가 깊고 진한 국물맛을 낸다. 맛을 잡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이 MD가 9년간 MD로 일하면서 개발한 150여개 상품 중 가장 긴 기간이다. 원하던 국물맛은 공정을 추가한 끝에 넣은 별첨 수프 '향미유'에서 답을 찾았다. 일본 라멘집에서 마지막에 주는 기름을 넣은 뒤 풍미가 확 살아났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공정 추가로 드는 비용은 맛을 위해 제조사와 이마트24가 조금씩 마진율을 양보하면서 상쇄됐다.

기존 상품의 빈틈에 평소 취향을 가미해 만든 이색상품의 '히트'는 평소 세심한 관찰력과 빠른 결단력의 결과물이다. 그는 "프리미엄 면을 새롭게 출시해 라인업을 확장할 예정"이라며 "몇십년이 지나서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오랜 기간 사랑받는 상품들을 많이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