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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얇아진 지갑..."냉장고까지 빌려 쓰고, 경차족 는다"


고물가에 얇아진 지갑..."냉장고까지 빌려 쓰고, 경차족 는다"
현대차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 ⓒ News1 박영래 기자 /사진=뉴스1


LG전자, 렌털사업 매출 추이(단위: 원)
연도 매출
2019 4398억
2020 5911억
2021 6401억
2022 7345억
2023년 상반기 4348억

<2023년 10월 국내 승용차 판매량>
구분 2023년 10월 국내 승용차 판매량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
경형 1만753대 +2.4%
소형 1만330대 +22.5%
준중형 3만406대 -3.0%
중형 3만9798대 +5.0%
준대형 1만4084대 -5.6%
대형 1만3132대 -17.4%
합계 11만8503대 -0.4%
(자료: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파이낸셜뉴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 여파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가전·자동차 등 고가 제품의 소비 패턴도 바뀌고 있다. 가전 구매 시 한 번에 목돈을 지출하는 대신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 구독료를 내며 제품을 사용하는 '렌털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형차 선호도가 높은 자동차 시장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경차와 소형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렌털·구독서비스 새 먹거리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전업계는 전통적인 제조·일시불 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구독·서비스 모델을 적용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앞세워 수익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렌털 가전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구매 시 거액의 지출을 하지 않고도 매달 일정 금액만 내면 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 등 필요 시 주기적인 제품 교체가 가능한데다 제조사의 무료 케어 서비스를 받아 사후관리(AS)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렌털 시장 규모가 2020년 40조원에서 2025년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전 렌털 사업을 새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LG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대형가전 뿐 아니라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스타일러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 △식물생활가전 △안마의자 등 총 17종까지 품목을 늘렸다.

LG전자는 지난해 렌털사업에서만 7345억원의 매출을 냈다. 해외 렌털 매출과 가전 관리 서비스까지 합치면 8600억원에 달한다. LG전자의 2018~2022년 5년간 렌털·케어십 서비스 매출 연평균성장률은 30% 이상이다. 올해 렌털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최소 10% 이상 성장이 목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인 4348억원의 렌털 매출을 달성하는 등 목표액(9460억원)을 넘어 1조원 달성이 가시권에 들었다.

고물가 시대에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고효율 가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판매한 가전제품의 절반은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또는 인공지능(AI) 절약모드 기능이 탑재된 모델이었다. 삼성전자의 제품들의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모델 판매 비중도 3대 중 1대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가전 구입을 보류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가전 기능이 상향 평준화된 만큼 비하드웨어 서비스가 구매 결정 시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차 대신 뜨는 경차·소형차
대형차 선호 현상이 강했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경차와 소형차가 약진하는 등 고물가에 따른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에서 팔린 소형차는 1만330대로 전년 동월 대비 22.5% 급증했다. 올 1~10월 누적 판매대수도 11만6583대로 작년 보다 16.2% 늘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실용성이 높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한 영향이다. 기아 셀토스는 올해 1~10월 4만2633대가 팔렸고, 현대차 코나가 2만9386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1만9713대가 판매됐다.

경차 시장도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경차 판매량은 1만7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증가했다.
특히 경차 중에선 기아 레이가 한 달 동안에만 4824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43.4%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대형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4% 줄어든 1만3132대, 준대형차도 5.6% 감소한 1만4084대에 머물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형차나 경차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