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 LG전자 하이텔레서비스 책임컨설턴트
전화봉사 직원들 중 '우수봉사상'
독거할머니와 통화로 건강 살펴
오히려 위로 받고 배운 점 많아
"콜센터에 근무하면서 전화 응대를 통한 봉사활동을 해 보니 힘들다기보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화가 난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상했던 마음을 어르신과 이야기하다 보면 평안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져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
LG전자 고객상담서비스 전문 자회사인 하이텔레서비스에서 근무하는 이인숙 책임컨설턴트(사진)는 14일 콜센터 업무와 병행하는 전화 봉사활동의 장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직업과 봉사활동이 비슷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긍정적인 답이 돌아왔다.
봉사활동을 통해 '긍정의 힘'을 받은 이 책임은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서 우수자원봉사자상을 수상했다. 하이텔레서비스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협업해 독거노인에게 주기적으로 전화해 건강과 안부를 챙기는 '사랑잇기 봉사단'에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가장 우수한 활동을 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 3월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 책임은 매주 월요일에 전화를 드리기로 한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개인 사정이 생겨 월요일에 부득이 휴가를 갈 때면 꼭 다음 날이라도 전화를 했다.
이 책임은 전남 고흥군에 홀로 거주하는 88세 할머니와 연을 맺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기분, 몸 상태, 날씨, 집안의 가전제품 작동 여부 등을 묻는 5분 내외의 소소한 통화를 한다. 그사이에 말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어눌해지지 않았는지, 목소리에 힘이 있는지, 평소에 잘 쓰던 단어를 못 쓰거나 쓰지 않던 단어를 쓰는지 등을 예리하게 관찰한다.
이는 상대방의 말투와 단어, 작은 숨소리까지 캐치하며 화자의 기분을 파악했던 10여년간의 전화상담 업무를 통해 익힌 노하우다. 할머니와 통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보고서를 작성해 복지사에게 전달한다.
이 책임에게 우수 활동의 비결을 묻자 "딱히 뭘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인연을 맺게 된 어르신이고 그분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한 것뿐"이라며 겸손해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90세를 앞둔 시어머니의 건강 상태와 기분을 더 잘 맞춰드릴 수 있게 돼 오히려 배운 게 많다고 뿌듯해했다.
스스로를 내성적이라고 생각하던 이 책임이 봉사활동에 보람을 느낀 계기는 '노치원' 덕분이다. 처음엔 노치원에 간다는 어르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른들이 나이 들어 가는 유치원'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 "나이가 어린 친구들만 아는 단어가 있는 게 아니라, 나이 드신 분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고 회상했다.
영어학원 강사 등 다양한 사회생활 경험이 있는 이 책임은 40대 중반 늦깎이로 하이텔레서비스에 입사해 상담컨설턴트 일을 시작했다. 다양한 사회생활 경험을 토대로 각양각색의 사연에 고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고, 편안한 대화를 끌어내는 능력을 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에 쓰고 싶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지원했다.
이 책임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만큼 뿌듯한 것이 없다"며 "나의 능력이 이웃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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