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제품 및 서비스 등 완성품뿐만 아니라 생산요소인 자본, 사람, 데이터, 아이디어가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고 흐르며 연결된 세계에 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혹은 가치사슬은 이러한 거래 흐름으로 구성되어 세상을 경제적으로 더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미중 간 무역긴장,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그간 서서히 진행되어 오던 국제무역의 탈세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글로벌 공급망 변화의 핵심적인 이슈는 무엇인가.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결정요인은 무엇인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응전략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맥킨지글로벌연구원(MGI)은 기존의 탈세계화 가속화 주장과 미묘한 차이를 가진 견해를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세계는 여전히 깊이 상호 연결되어 있고, 글로벌 공급 흐름은 최근의 격동하는 환경 속에서도 매우 회복탄력성이 높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계 어느 지역도 결코 자급자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풀어야 할 도전요인은 특히 원산지가 집중되는 상품에 대한 의존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면서 상호의존의 혜택을 극대화하는 일이라는 주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초강대국 입장의 한가로운 주장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보고서 내용 중 세 가지 논점은 참고할 만하다. 첫째, 생산 원산지가 특히 한곳에 집중된 상품은 전자제품과 광물이다. 중국이 세계 전자 및 섬유 제품의 60%를 집중적으로 수출하고 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3~5개 국가가 리튬·희토류·흑연 등 광물을 채굴해 대부분 한 국가에서 정련해 집중 수출하고 있다. 중국, 라틴아메리카 및 북아메리카 국가들이 콩 등 고도로 집중화된 대다수 농산물을 수출한다. 집중화된 의약제품의 대다수는 유럽 국가들이 수출한다.
둘째, 향후 글로벌 공급망은 종래와는 다른 새로운 요인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1995~2008년에는 자유화와 기술진보에 기인한 글로벌 공급망 대두 이전이라 최소한의 집중화와 범지역 간 무역패턴을 나타냈으나 2008년 이후에는 한편으로는 에너지, 전자장비, 의약품 등 국제무역의 약 40%를 점하는 글로벌 공급망은 더욱 집중화되고, 나머지 공급망은 덜 집중화되고 범지역 간 흐름을 보여 갈라지는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회복탄력성, 자국경제 우선, 이해관계자 압력 등의 새로운 요인들이 기술, 수요, 요소비용 등 기존의 요인에 추가하여 글로벌 공급망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셋째, 글로벌 기업들이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성장과 회복탄력성을 제공하기 위한 글로벌 공급 흐름을 경영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세계 수출의 3분의 2를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은 어느 한 시장에서 마케팅을 경영하는 것이 동시에 다른 시장에서 커다란 위험이 될 수 있는 더욱 경쟁적인 국제질서 속에 처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의 입장은 단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수입의 76%, 수출의 26%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전면적인 탈중국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나 두 가지의 전략적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생산 측면에서 중국 내에서 최종 소비되는 상품은 기존 공급망을 유지하되 중국 이외의 제3국에서 소비되는 상품은 공급망을 다원화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둘째, 중간재 공급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중간재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단순제품의 경우 인도 및 동남아로 중간재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첨단제품의 경우는 국내 제조를 강화하거나 미국, 유럽 등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략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