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구호 팔걷은 굿네이버스
튀르키예 하타이주에 임시정착촌 코이카와 함께 '우정마을' 만들어
심리회복프로그램·젠더교육 등 앞장
주민자치위원회 조직해 자립 도와
굿네이버스가 조성한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 여성친화공간(GFS) 앞에서 굿네이버스 직원이 여아들의 심리 안정을 돕고 있다(맨위 사진). 굿네이버스가 튀르키예 아다나 지역 이재민 아이들과 심리사회적지원(PSS)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튀르키예 하타이주에 조성된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
"저와 우리 가족은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한동안 텐트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 곳을 찾던 중 우정마을 소식을 듣게 됐고, 곧바로 입주 승인을 받을 수 있었어요. 더 이상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큰 안도감을 느낍니다."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에 거주 중인 오르한 카라
튀르키예·시리아를 덮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지 9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구호의 손길'은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피해 주민들은 당시 겪은 강진의 트라우마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고 있고, 피난처와 위생시설, 심리·사회적 지원 등 필요성은 계속해서 요구 되고 있다. 특히, 체계적인 구호와 심리 치료 등 구축 시스템이 아직 부족한 만큼 국가 차원의 민관 협력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태다.
굿네이버스, 코이카와 함께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 개촌
지난달 19일(현지시간)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과 함께 튀르키예 하타이주에서 이재민 임시정착촌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 개촌식을 진행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우정마을 사업은 국내 최초로 한국 정부(KOICA)와 민간단체(굿네이버스 등 국내 3개 NGO) 협업으로 추진됐다. 4만㎡(약 1만2000평) 규모로 조성된 컨테이너 임시정착촌 '우정마을'에는 지진 피해 이재민 500가구가 거주하게 되며, 심리사회적지원(PSS) 및 사회적·경제적 주민 자립 프로그램 등을 내년 6월까지 진행한다.
이번 개촌식을 시작으로, 굿네이버스는 현지 NGO인 IBC(International Blue Crescent)와 협업해 우정마을 이재민 정착과 정신적·심리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특히 이재민 여성 및 여아들의 심리·사회적 회복과 젠더 기반 폭력 예방을 위해 여성친화공간을 조성한다.
또한, 이재민 50명으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를 조직해 주민 스스로 마을을 관리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정마을 내 취약계층 30명을 대상으로 우정마을 운영 관련 일자리를 제공하는 '캐쉬 포 워크' 프로그램도 펼칠 계획이다.
우정마을에 입주 중인 튀르키예 난민 페트마 게틴씨(58)는 "굿네이버스가 진행하는 젠더 교육과 심리사회적지원 프로그램은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이들의 심리 정서와 건강을 지원한다"며 "이런 활동들이 여성의 역량을 기르고, 지진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든 가족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 다른 튀르키예 난민 엘리프 데미르타스씨(23)도 "굿네이버스에서 만든 PSS 프로그램이 지진 피해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마음을 열게 만들었다"며 "이야기는 하고 싶지만 감정을 건드리게 될까봐 쉽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저도 다른 지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조심스레 제가 겪은 지진 피해 경험도 공유했다"며 "어려움은 우리 모두 겪고 있는 것이고, 본인이 특별히 약해서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전하면서 용기를 심어줄 수 있어 기뻤다"고 덧붙였다.
지진 피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 위한 재난 복구 사업
굿네이버스는 튀르키예, 시리아 강진 발생 직후인 지난 2월 7일, 국내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한국인이 포함된 긴급구호대응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현장 조사를 마친 긴급구호대응단은 현지 정부, 국제기구, 유관단체 등 글로벌 파트너십과 협력해 가장 도움이 절실했던 주요 피해 지역에서 긴급 구호 활동을 펼쳤다.
초기 한 달 동안에는 튀르키예 아다나, 카라만마라슈, 가지안테프, 안타키아 지역에서 8500여명의 이재민에게 위생키트, 아동 물품(점퍼·이유식·기저귀 등), 방한 물품(침낭·이불·매트 등)을 배분했다. 또 시리아 내 13개 난민캠프에서는 3만7000여명의 이재민을 대상으로 방수천과 대형텐트를 제공했다.
지진 피해 아동들의 트라우마 회복을 돕기 위한 심리사회적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지난 4월까지 튀르키예에 총 20동(텐트 16동·컨테이너 3동·병원 내 1동)의 아동 친화 공간을 구축하고, 2만3047명의 어린이에게 심리사회적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4월부터 우정마을을 비롯한 다양한 재난 복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며, 이재민들의 일상 회복을 돕는 중이다. 재난 복구 사업은 긴급 구호 활동 종료 후 주요 피해 지역에서 기초 인프라(임시교육센터·위생시설 등)를 설치하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심리사회적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굿네이버스는 총 400가구가 머무는 튀르키예 하타이주 키리칸 이재민 캠프에서 아동친화공간 조성을 시작했다. 지난 7월 구축이 완료된 아동친화공간은 튀르키예 교육부와 협력해 공교육 교실로 활용하며 지진 피해 아동의 심리 안정을 돕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이재민 캠프에서 이재민 아동 및 청소년 3000명을 대상으로 심리사회적지원과 튀르키예·시리아 사회 통합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마을 지도 그리기, 체육대회 등으로 구성된 사회 통합 교육을 통해 튀르키예와 시리아 아동의 문화 교류를 돕고 있는 것이다. 창의적 문제 해결 및 협력 방법 등을 알려주는 '라이프 스킬(Life Skill)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관심 부족' 시리아도 구호 '총력'
굿네이버스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시리아에서도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내년 6월까지 현지 파트너 기관과 함께 시리아 알레포주 이재민 아동이 다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백 투 스쿨'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아동 2100명을 대상으로 교구와 교자재를 지원하고, 4개 공교육 기관을 개보수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굿네이버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력해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 있는 시리아 난민, 시리아 알레포 지역 시리아 이재민을 위한 재난 복구 사업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총 2146가구의 난민 및 이재민을 대상으로 위생물품, 영양식 키트 등 긴급 물품을 배분하고, 조립식 쉘터와 세탁시설 등 기초 인프라를 설치해 내년 2월까지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지원한다.
튀르키예 누르다기 캠프에서 거주 중인 시리아 난민인 루키예 하크 이브라힘씨(43)는 "저는 2013년 집 폭파 및 생명 위험으로 자녀 3명과 함께 시리아에서 튀르키예로 이주해야 했다"며 "심리사회적지원 프로그램으로 인해 지진의 트라우마를 잊는데 효과가 있었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좋은 도구가 돼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은 "굿네이버스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발생 직후 국내외 정부 및 NGO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필요한 자원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전문적인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었다"며 "시리아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재난 지역 아동의 일상 회복을 위해 교육 복귀 및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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