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자 전원 동의 얻으라는데 사실상 불가능"
그림-건물 등 기존 투자상품 급매 움직임도
"증권사 아닌 장외거래중개업자 차별" 지적
[파이낸셜뉴스] 토큰증권(ST) 도입을 위한 입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토큰증권 시대의 산파역을 한 조각투자업계에서는 "법안에 담긴 규제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사업을 새로 시작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소위로 넘어갔다. 금융당국은 연내 토큰증권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하지만 토큰증권 법안을 기다리던 조각투자업계에서는 오히려 사업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이유로 불만을 토로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사진=뉴스1
전자증권법 개정안에서는 토큰증권 전환 요건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는 반응이다. 전자증권법 개정안 23조 2항에는 전자증권을 토큰증권을 전환하거나 반대의 경우 발행인이 권리자 전원의 동의를 얻도록 했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한 조각투자업체 관계자는 "기존 계약자 전원에게 일일이 연락해 다시 동의서를 받으라는 것"라며 "시간과 노력, 역량이 필요한 부분인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술품의 경우 수백명, 빌딩은 건물당 투자자가 수천명에 달한다. 음원저작권의 경우 단위가 달라진다. 음원저작권 조각투자업체 뮤직카우의 경우 1000곳 이상을 판매하고 가입자가 120만명이 넘는다. 막대한 인원의 투자자들을 일일이 연락하고 찾아다니면서 동의를 받으라는 것은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기존에 받았던 투자상품을 포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또 다른 조각투자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투자자들 가운데 연락이 두절되거나 심지어 사망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개정안 대로라면 빌딩의 경우 기존 건물을 매각해 청산하고, 새로운 법령에 맞춰 사업을 다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업체들의 매각이 빨라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조각투자업계에서는 '권리자 전원 동의' 부분에 대해 별도의 절차나 유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토큰증권과 함께 도입되는 장외거래중개업자에 대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아닌, 장외거래중개업만 영위하는 투자중개업자는 단위업무 추가나 겸영,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막았다.
또 일반 투자자의 투자한도에 제한을 뒀다. 따라서 증권사와의 제휴를 하지 않는 독자적인 장외거래중개업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외거래중개업만 전담하는 핀테크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성장동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률적으로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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