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예술여행(극단 갯돌 제공)
신나는예술여행(극단 갯돌 제공)
신나는예술여행(극단 갯돌 제공)
[파이낸셜뉴스] 극단 갯돌은 1981년 창단 이후 섬과 바다를 화두로 안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 섬 속에 담겨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공연, 주민과의 문화연대 활동, 섬 청소년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 교실, 섬의 역사 문화자원을 활용한 찾아가는 무대 제작 공연, 섬 주민의 질적인 삶을 위한 공연예술축제 사업 등 크고 작은 일들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006년 “신나는 예술여행 사업”에 선정되어 16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각양각색의 사람과 함께 예술여행을 했다.
“신나는 예술여행”은 올해로 20년을 맞은 예술단체 활동 지원사업으로 매우 오랫동안 지속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운영 방식의 변화와 시스템 발전은 물론이고 다양한 문화예술 단체들의 열정 넘치는 활동의 성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국민의 문화적 삶을 한층 끌어 올린 사업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극단 갯돌 또한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수요자의 니즈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고민을 했고 이는 갯돌 성장의 기폭제가 되었다.
■2019 신나는 예술여행 ‘뱃길 따라 갱번 마당놀이’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주민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2019년 ‘뱃길 따라 갱번 마당놀이’ 신나는 예술여행이다. 이 프로그램은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신안, 완도, 진도 등 3개의 지자체에 12개 섬으로, 아직 연륙이 되지 않은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거주 인원이 작은 섬을 순회한 사업이다.
‘갱번’이란 바다와 갯벌을 의미하는 방언으로 섬 문화를 대표하는 핵심적인 키워드이다. 갱번 마당놀이는 섬으로 순회하면서 도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우리 마당의 문화를 섬에 배달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프로그램의 큰 구성은 체험교육과 전시 및 공연으로 구성했다. 체험교육에는 민요, 춤, 드론 영상, 사진 배우기를 진행했다. 전시 및 공연에는 주민 사진 전시, 지신밟기, 노래 교실, 산다이, 마술, 마당극, 북춤, 영상발표 등 다양한 내용으로 작은 섬마을 축제를 개최했다.
이 프로그램은 섬 지역에 가서 공연을 보여주고 끝내는 방식이 아닌 촬영팀과 강사진이 사전에 마을을 찾아가서 섬의 전경을 영상으로 담고 섬사람들의 삶 이야기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아카이빙과 주민들이 직접 우리 가락과 우리 춤을 배우며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고, 다시 본 행사일에 섬에 들어가 주민과 함께 작은 섬마을 축제를 연다.
축제에서는 사물놀이와 산다이 놀이, 노래 교실과 마당극 공연 등으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사전에 촬영한 사진 및 영상을 주민에게 전시 형태로 보여주어 바쁜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갖는 프로그램으로 보람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농번기와 성어기에는 주민과 일정을 합의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섬의 주요 공간인 경로당, 비닐하우스, 학교 강당, 마을회관, 체육시설, 복지센터 등 공간을 선택하는 것도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각별한 신경을 썼다.
■ 섬 할아버지가 직접 드론 촬영, 흥 많은 할머니 놀이로 밤샘
섬 주민인 할아버지들이 직접 드론 촬영 교육을 한 후 섬의 전경을 드론 영상으로 담는다. 영화감독인 강사가 드론 조작법을 가르친다. 할아버지들은 처음엔 두렵고 서툴지만, 몇 번의 반복으로 익숙해진다. 경운기 운전만큼 쉬운 것임을 알아가면서부터 자유자재로 하늘을 비행시킨다. 내가 사는 마을 전체를 드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고 기뻐한다.
다른 편에서는 사진작가인 강사에게 카메라 조작법을 배운 할아버지가 이곳저곳을 사각의 앵글에 담아 셔터를 누른다. 마을 길가의 꽃을 담기도 하고 이웃 노인들에게 포즈를 요구하며 연신 신나게 누른다. 할아버지들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현재 고민 등도 스스럼없이 작가에게 털어놓는다.
할머니들은 언제나 흥이 많고 정겹다. 우리들은 몸빼 바지와 뽀글이 가발로 치장하고 마을 회관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전통 민요와 장단을 가르친다. 놀다 보니 옛날 노래와 놀이로 밤샘했다던 산다이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져 강사가 누구인지 가늠할 수 없는 신명의 경지에까지 이른다.
축제형식으로 꾸려지는 전시와 공연을 하는 날에는 음향기기, 전시 도구, 악기 등 수많은 짐을 싣고 배를 타고 섬에 들어선다. 주민들이 교육과정에서의 앞선 만남 때문에 친근하게 우리를 맞는다.
어르신들의 얼굴이 담긴 작품이 근사한 액자로 전시공간에 차려지자 더없이 놀랍고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전시 공간이라야 행사장 입구 경운기 옆이나 농기구, 나무 아래 등에 액자를 세워 놓으면 자연스럽게 전시구성이 된다.
신나는 풍물로 마을의 일상을 깬다. 공간은 이내 축제 열기로 가득 찬다. 마술가의 공연에 취한 주민들이 연신 박수와 환호를 지른다. 마당극 뺑파전은 웃음과 눈물로 범벅된 최고의 화제작이다. 신명 난 비나리와 북춤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무병장수를 빌고 마을의 화합과 발전을 기원한다. 축제의 열기가 한껏 달아오른다.
어깨를 들썩이며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공연을 처음 보았노라고 고백하시면서 단원들의 손을 덥석 잡고 감사의 표현을 해주신다. 공연이 끝나면 짐을 정리하고 하룻밤을 섬에서 묵고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내내 전날 공연했던 작은 축제에서 울고 웃었던 잔상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예술가가 되기를 잘했다고 스스로 토닥인다.
■ "더 많은 문화 소외 주민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당시 6개월 동안 우리는 말 그대로 “신나는 예술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섬으로 실어 나르는 마당문화, 갱번문화를 재생하고 창조했던 사업이었다. 이를 통해 오히려 예술가들이 섬사람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섬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을 배웠고 넉넉한 인심을 경험했다.
섬사람들의 삶의 스토리를 통해 감성과 지혜의 행간을 읽어내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신나는 예술여행”을 통하여 더 많은 문화 소외 주민들이 문화예술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더 많은 예술가가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큰 가지가 뻗어 나가지 못하는 곳에서는 작은 나뭇가지가 틈을 메꾸어 그곳에서 꽃이 피고, 큰 예술의 나무가 대한민국 방방곡곡 가득 채우기를 바란다.
글/안영제 극단 갯돌 기획실장 겸 세계마당아트진흥회 사무처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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