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전망지수 석달째 하락
철도 등 주요 대형 건설도 줄연기
#1. 지난해 3월 처음 분양에 나선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최근까지 1년 넘게 3억원가량 할인분양해 겨우 완판에 성공했다. 분양가 8억원이던 전용 59㎡는 5억2700만원에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2. 지난달 전남 광양에 분양한 한 건설업체는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신규 분양가 할인을 실시했다. 입주 후 10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기존 분양가 대비 약 5000만원을 할인했지만 입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할인분양을 중단했다.
고물가에 건설업계는 딜레마에 빠졌다. 수요자들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단지에 몰리고 있지만 인건비, 원자잿값 등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는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 중심의 미분양 한파로 무순위 N차 분양과 할인분양에도 나서고 있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강동중앙하이츠시티만은 지난 9월 무순위 1차 21가구 모집에서 576명이 몰렸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진 경우는 2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분양이 무한정 지연되는 파행도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분양 예정물량은 임대를 포함해 모두 25만308가구다. 하지만 이 중 1만6362가구는 11월 현재 분양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만 1만4669가구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대단지 재건축인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 등이 포함됐다. 올해 분양이 전망됐던 강남구 청담르엘(1261가구)과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리츠카운티(721가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도 모두 내년으로 분양이 미뤄졌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의 11월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전월보다 13.4p 떨어진 70.4다. 9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의 경우 예정된 준공일정으로 분양날짜를 계속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내년 공급은 축소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분양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철도, 도로 등 주요 대형 건설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원가 상승으로 사업비를 재조정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충북선철도고속화사업은 당초 1조3000억원에서 지난 7월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통해 1조90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내년 상반기 중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공사도 지난해 6월 7500억원 규모로 기본설계를 완료했지만 올해 1조4800억원으로 사업규모를 두배로 늘렸다.
건설공사비 관련 지표들도 일제히 상승세다. 대표적으로 건설공사비 지수는 올해 들어 8월까지 평균 151.2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6.6보다 3.8% 증가한 수치다.
올해 철근 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5~6% 하락했지만 시멘트와 레미콘은 18~21%나 급등하면서 공사비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건설공사비가 급등한 지난 2020년에 비해선 무려 27%나 급등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지수 상승률은 올해 하반기 2%대 중반으로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특히 시멘트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라고 우려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최용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