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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놓은 공… 그것 또한 예술 [손이천의 머니&아트]

제프 쿤스 'Encased-Five Rows'

쌓아놓은 공… 그것 또한 예술 [손이천의 머니&아트]
'키치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제프 쿤스(68)는 종종 미술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장본인이다. 우리는 흔히 키치라는 단어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것을 나타내거나,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저급하고 감상적인 대중적 문화산물을 일컬을 때 사용한다.

1955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난 제프 쿤스는 어린 시절부터 드로잉 회화 등 다양한 방면에 소질을 가지고 있었는데,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가구 딜러였던 아버지는 어린 시절 쿤스가 그린 작품을 가게에 걸어 두기도 했다.

시카고 예술대학(SAIC) 등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1977년부터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특이하게 그 후 몇 년 동안 자본주의의 중심인 월스트리트에서 증권 브로커로 일하며 시장에 대한 감각을 키웠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오가는 현대미술가인 그는 일반 대중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광고, 상품 또는 뽀빠이, 마이클 잭슨 등 이미지를 사용할 뿐 아니라, 돈과 다이아몬드, 스타에 대한 동경, 추억 속 선물, 대중적 기념품 그리고 포르노그래피에서 영감받은 것 등 예술작품 앞에서 드러내기 꺼려하던 것들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더욱이 앤디 워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는 앤디 워홀이 운영했던 팩토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스튜디오를 차려 작품을 제작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기술자와 조수의 도움을 받는 것은 예술의 핵심 본질이 아니라고 정의했다.
결국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개념이지, 붓의 사용 방식이나 기술적 측면은 아니라는 것이다.

11월 K옥션 경매에 출품된 제프 쿤스의 작품 'Encased-Five Rows'(추정가 16억~20억원·사진)는 농구공과 축구공을 유리 케이스 안에 넣어 제작한 것으로 농구공과 축구공의 브랜드를 그대로 노출하는데, 이는 1980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큰 부와 성공을 가능케 한 스포츠와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미술은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제프 쿤스의 작품은 대중문화와 일상 생활을 소재한 한 예술이기에 더욱 많은 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손이천 K옥션 수석경매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