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여 내년 3월 출시할 듯
앱 부재 등 XR 시장 미성숙 원인
애플의 확장현실(XR) 헤드셋 '애플 비전 프로(사진)'가 당초보다 지연돼 내년 3월에나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이 합작하는 XR 기기도 출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면서 XR 시장 성장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프로 비전, 내년 3월 출시설
21일 나인투파이브맥 등 외신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애플이 비전 프로를 내년 3월 중에 선보일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애플은 1월 출시를 목표로 했다. 최근 공개된 비전 프로 OS(운영체제) 베타 버전에는 제품사용법이 담긴 영상과 자료 등이 포함됐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주기가 끝날 무렵에 준비되기 때문이다. iOS 17.2 베타 버전에도 에어플레이 수신기,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의 공간 비디오 촬영 기능 등 비전 프로와 연동되는 기능도 담겨 있다.
하지만 애플은 현재 유통 계획 준비와 함께 최종 기기 테스트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연기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애플은 리셀러샵이 아닌 공식 매장에서만 '애플 비전 프로'를 판매하려 하는 등 품질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비전 프로'는 애플이 지난 6월 공개한 차세대 제품으로, 애플은 '착용형 공간 컴퓨터'라고 지칭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해왔던 컴퓨팅 기능을 3차원(3D)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는 헤드셋으로, 애플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가격이 3500달러(약 450만원)에 달해 수요가 한정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구글·퀄컴도 속도 조절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구글, 퀄컴과 XR 생태계 구축에 나서기로 하면서 '반(反)애플 동맹'을 맺었다.
당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은 한 회사의 힘으로만 되지 않는다"며 "칩셋과 플랫폼 강자인 퀄컴과 여러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센서뷰, 프로덕트를 잘할 수 있는 삼성 모바일, OS와 서비스를 잘하는 구글이 힘을 합쳐서 제대로 된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3사의 합작품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출시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완성도"라며 "아직 킬러 콘텐츠라고 할 만한 콘텐츠가 없는 데다 부피와 무게가 나가는 제품인데 비싼 가격에 팔면 시장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메타(전 페이스북)가 올 가을 XR 헤드셋 '퀘스트3'를 출시했으나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진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헤드셋 출하량이 745만대로 전년 대비 18.2% 감소하고, 2025년까지 AR·VR 헤드셋 시장의 성장 궤도가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봤다.
시장 기대를 모은 애플 비전 프로의 내년 출하량도 20만∼30만대 수준으로 전망됐다. 매 분기 수천만대 이상 팔리는 아이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화제를 모았지만 표준화에는 실패한 '3차원 TV'와 유사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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