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지배구조개선에 생각 같이 할 것"
임시주총 연기 요구.."기울어진 운동장"
"기보유 자사주 7.64% 전량 소각해야"
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알프레드 엔 쉰들러 쉰들러홀딩스AG 회장. 사진=뉴스1
현대엘리베이터 사옥 전경.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이 현대엘리베이터 압박을 위해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 AG와 연대를 시사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평가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에 대해서도 연대를 희망했다.
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쉰들러홀딩스 등 주주는 KCGI자산운용과 같은 주주라고 생각한다. 기업가치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쉰들러홀딩스를 지나친 외인 자본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서 글로벌 시대에서 국내 투자자와 국외 투자자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 없다. 서학개미도 해외에 투자했으면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 투자자라고 색안경을끼고 판단하거나 차별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앞서 쉰들러홀딩스는 현 회장이 선관 의무에 충실하지 않았다며 주주 대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3월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해당 판결로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2815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했다.
KCGI자산운용은 H&Q코리아에 대해서도 연대를 희망했다.
명 팀장은 "H&Q코리아는 현 회장측과 투자 계약을 맺은 만큼 향후 경영 참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간접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투자한 투자자로서 스튜어드십코드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KCGI자산운용과 같은 입장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 KCGI자산운용은 H&Q코리아에 현대엘리베이터 지배구조 개선 관련 논의를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대네트워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19.26%다. H&Q코리아는 SPC(특수목적회사)인 '메트로폴리탄'을 설립, 현대네트워크에 대한 50%가량 지분율로 경영권을 행사한다. 3100억원을 투자, 현대네트워크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다.
21일 보고서 기준 쉰들러홀딩스 AG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12.05%로 직전 12.11%대비 0.06% 줄었다. 장내매도를 통해서다. 쉰들러홀딩스의 9월 30일 지분율은 이보다 더 많은 12.91%였다. KCGI자산운용이 쉰들러홀딩스와 연대를 희망하고 있지만 쉰들러홀딩스는 소폭으로 발을 빼는 모양새다.
그외 현대엘리베이터의 다른 주주는 9월 30일 기준 국민연금은 6.20%다. KCGI자산운용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2% 이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쉰들러홀딩스는 재무적투자자(SI)가 아닌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쟁사인 전략적투자자(SI)"라며 "FI로서 외인 자본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배당성향 50% 이상 계획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입장이다.
명 팀장은 "주주 환원의 재원이 되는 수익성 개선이 더 중요하다"며 "지속가능한, 보다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 대책을 재차 요구한다"고 밝혔다.
비주력 사업의 효율화도 주문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력 사업인 승강기 사업 이외 부동산, 호텔, 금융업 등에 지나치게 많은 자산이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 활용과 관련 그는 "자사주의 활용은 취득 당시의 공시에 맞게 주주 환원과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돼야 한다"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0일 2.97%에 달하는 자사주를 우리사주를 대상으로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주주의 우호지분 늘리기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지난 10일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가 2.97% 규모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한 것에 대해 현 회장 및 경영진의 우호 의결권 확보 목적으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7.64%에 달하는 비보유 자사주의 즉시 소각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KCGI자산운용은 당장 12월 29일에 열리는 현대엘리베이터 임시 주주총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며 연기를 요구했다. 다른 주주들의 주주제안이 담길 물리적 시간을 회사측이 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상법상 주주 제안 안건은 주주총회 6주 전에 전달해야 하는데, 사측에서 11월 17일에 공시해 사측 선임 이사 후보만 단독으로 선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강조했다.
명 팀장은 "최대주주 현정은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에 대해 ‘이사회 정상화의 첫 단추’"라면서도 "주주대표 소송의 패소 당사자로서 사내이사 사임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및 그 자회사로부터 급여수령 및 경영 의사결정의 영향력 유지를 지켜보겠다. 현 회장은 사임 후 급여의 수령이나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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