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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혁신이 없다고? 대규모 적자 감수하고 6조 투자..디지털 물류 혁신 결실 맺었다

쿠팡에 혁신이 없다고? 대규모 적자 감수하고 6조 투자..디지털 물류 혁신 결실 맺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올 들어 매 분기마다 빠르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쿠팡의 호실적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다들 망할거다'라며 손가락질할 때 수조 원을 투자한 게 경쟁으로 돌아왔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업계에선 쿠팡의 로켓배송 혁신은 소비자·파트너 혜택 뿐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엔 로켓배송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대만 등 해외로 수출되면서 점에서 차별성도 확보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 3·4분기 매출이 전년 보다 18% 늘어난 8조1028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은 상장 이후 매분기 20% 전후의 고속성장을 보여왔다. 일각에서 쿠팡의 빠른 성장세를 두고 "독주와 장악이 시작됐다"고 지적했지만 쿠팡은 지난 8년간 적자를 냈고, 이익을 낸 기간은 1년 남짓이다. 이에 여론도 쿠팡이 적자만 보고 수년간 투자에 올인할 땐 가만히 있다가 이제 흑자로 돌아서니 독주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는데 힘을 싣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선 "쿠팡에 혁신이 없다고 비난하지 말라", "로켓배송이 없었으면 코로나 시기 훨씬 힘들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게시물이 수백 건 쏟아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 100개 이상 물류센터를 만들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6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택배사들의 중간 유통단계를 대대적으로 줄이는 반면, 제주도·강원도 같은 도서산간지역을 포함해 전국 소비자들에게 확대했다는 평가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선 "밤에 급하게 주문해 새벽 아침에 받는 물류시스템 만든 것이 그야말로 혁신"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6년 5652억원, 2018년 1조970억원으로 늘었다. 업계에선 "쿠팡이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AI 기반의 최첨단 스마트 물류망을 확장하며 지난해 말 기준 12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특허수는 동종 업계와 비교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의 전국 물류망 구축은 수도권 등에 국한된 로켓배송 혜택을 소외된 지방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소비자 삶의 질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쿠팡의 로켓배송 확대와 2021년 뉴욕증시 상장은 국내 벤처생태계 활성화로도 이어졌다.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는 과거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수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 투자의 수익성을 설명하기 쉽지 않았지만, 쿠팡의 뉴욕상장 분기점으로 투자자들이 먼저 '넥스트 쿠팡이 어디냐'고 묻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로켓배송발 물류 투자가 국내 빈약한 벤처생태계 확대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로켓배송 모델을 대만에 이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단순 점포 개설을 넘어 물류 투자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출하는 것은 쿠팡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대만에 로켓배송을 론칭한 쿠팡은 최근 2호 풀필먼트센터를 개소했고, 내년 상반기에 3호 센터를 개설한다.
지난 1년간 쿠팡을 통해 해외 진출한 중소기업만 1만2000곳 이상으로, 국내 소비재 기업 수의 약 30%를 차지한다. 1년간 매출이 10배씩 뛴 중소기업이 등장하는 등 대만 쿠팡을 포함한 쿠팡의 신사업 부문 매출은 올 3·4분기 전년 대비 40% 가량 올랐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은 '로켓배송 생태계' 전체를 수출한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의미와 형식의 수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