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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공사비 포비아…재건축 수주 반토막

자금시장 경색에 원가부담 급증
대형업체도 정비사업 선별 수주
10대社 실적금액 1년새 65% ↓

건설업계 공사비 포비아…재건축 수주 반토막

공사비 포비아(공포증)로 건설업계의 정비사업 수주 규모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사업장 감소가 아니라 급등한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건설사들이 돈 되는 곳만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어서다. 브랜드 지배력 강화 등을 위해 공격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을 펼쳤던 이전 행보와는 온도차가 극명하다. 그만큼 고금리·고물가로 치솟은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대형건설사들의 수주실적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쳐 내년 이후 도심 주택공급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6일 파이낸셜뉴스가 10대 건설사의 올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을 조사한 결과 24일 현재 45건(수주금액 14조57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12건·42조1950억원) 대비 건수는 59.8%, 금액은 65.5% 급감한 규모다.

업체별로는 현대건설이 2022년 14건(9조3395억원)에서 올해는 11월 중순까지 6건(2조3878억원)에 그쳤다. 금액 기준으로는 무려 74.4%나 줄었다.

대우건설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15건의 정비사업을 수주하면서 5조2759억원을 달성했으나 올해는 3건으로 1조1154억원에 불과하다. 수주금액은 5조원에서 1조원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4조8943억원 상당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던 DL이앤씨도 올해는 1조1824억원 규모로 75% 급감했다. GS건설도 같은 기간 7조원대에서 2조원 이하로 수주금액이 급전직하했다. 10대 건설사 중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 곳은 4조원대의 포스코이앤씨가 유일하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건수는 포스코이앤씨를 제외하곤 모두 10건 이하"라며 "중견건설사들도 올해 내내 1~2건 수주한 업체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수주실적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급등한 공사비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 부동산 자금시장 경색, 미분양 적체 등으로 선별수주에 나섰다.

실제 서울 동작구 노량진 1구역은 3000가구 규모의 대어급 정비사업장이지만 공사비가 낮게 책정돼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없어 내년 초 재입찰에 들어가게 됐다. 과천 주공10단지의 경우 롯데건설이 포기하면서 다른 건설사가 수의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여의도·목동 등 알짜 재건축단지도 막상 뚜껑을 열면 경쟁입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도시정비사업 조직을 줄이는 건설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수주환경 개선이 쉽지 않아 정비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보수적 접근이 더 짙어질 전망이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공사비 상승세 지속과 자금시장 경색, 시장침체 등으로 내년에는 수주환경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정비사업은 도심 주택공급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공사비 급등으로 시공사를 못 구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