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국에 불었던 월드컵 열풍이 채 식기도 전인 지난 2002년 9월, 전라남도 순천시가 발칵 뒤집혔다. 꿈 많은 여고 1학년 조수민양(
사진)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2002년 9월 13일 밤 10시께 조양이 다니던 순천여자고등학교 인근에서 시작됐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조양은 늘 친구들과 함께 탔던 통학버스를 타지 않고 다른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책을 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통학버스는 조양을 태우지 않고 떠났다.
그런데 조양을 만나기로 했던 친구는 그날 밤 10시 조양의 집으로 전화했다. 친구는 조양을 만나지 못했다. 조양이 전화까지 받지 않자 걱정돼서 조양의 집으로 전화했다.
깜짝 놀란 조양의 어머니 정미령씨는 계속해서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통화 시도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1시간 동안 전화를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더 이상 전화기만 붙들고 있을 수 없었던 정씨는 인근 파출소로 달려가 실종신고를 했다. 시간이 2002년 9월 13일 밤 11시였다.
다음날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정씨는 사건 접수를 위해 순천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은 조양 실종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는 것이 정씨의 기억이다. 경찰에서는 단순 가출이라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이 정씨에게 준 정보라고는 딸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은 순천에서 차로 약 30분 떨어진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장좌리 일대라는 점이다. 조양 가족들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지역.
경찰 초동대처에 실망한 정씨 가족은 스스로 조양을 찾아 나섰다. 특히 정씨는 아침에 남편 출근과 자녀들 등교를 챙긴 이후 매일 벌교로 갔고 일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벌교역부터 시장, 학교 등 안 다닌 곳이 없다고 한다. 방송에도 출연해 딸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조양 실종에 대한 목격담이나 제보가 일절 없었다.
가족이 움직임이자 경찰도 나섰다. 순천경찰서장이 정씨 부부를 만났고 경찰과 함께 조양을 수색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다만 경찰이 확인했던 곳은 이미 정씨 부부가 다녀왔던 곳이라 한계가 있었다.
조양이 실종된 지 20년이 넘게 지났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조양 실종에 대한 단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정씨는 "순천경찰서가 실종 사건에 투입됐을 때 자신들은 경험이 있으니 목격자도 나올 것이고 사건도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목격자도 없는 상황"이라며 "당시 실종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강력계에서는 초동대처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강력계 경찰을 보면 눈물이 나고 큰 상처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씨는 스스로 자책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는 "2004년께 부재중 통화가 있었고 위치추적을 해 경찰과 해당 주소로 찾아간 적이 있다. 충청북도 제천시의 술집이었다"며 "주인에게 조수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주인은 조수민은 있지만 나이가 다르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확인은 하고 발걸음을 돌렸어야 하는데 경황이 없어 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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