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진위 판별 어려워져
기술개발콘퍼런스에 AI 가짜연사로 행사 취소
올해의 단어 '진짜'(Authentic) 선정
AI로 생성된 가짜 인물 앤 보이코 /사진=오로스X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온라인으로 열리는 기술개발 콘퍼런스의 발표자 명단에 AI(인공지능) 가짜가 등장해 행사가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28일(현지시간) AP와 테크 전문지 '더버지' 등에 따르면 내달 7∼8일 개최 예정이었던 기술개발 콘퍼런스 '데브터니티'(DevTernity) 발표자 명단에 '애나 보이코'라는 이름의 여성이 포함됐다.
애나 보이코는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 직원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테크 분야 뉴스레터 운영자인 게르겔리 오로스는 이 인물이 실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더 많은 여성이 발표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데브터니티 콘퍼런스 창립자이자 엔지니어인 에두아르즈 시조브스는 SNS 통해 발표자 가운데 한명이 가짜 직함을 달고 자동 생성된 여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유일한 여성 발표자인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크리스틴 하워드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임원 스콧 한셀만, 구글에서 클라우드 개발자로 일한 켈시 하이타워 등이 콘퍼런스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한셀만은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 "저같은 발표자는 콘퍼런스에 초대받으면 곧바로 '누가 참석하나요'라고 묻는다"며 "나도 가짜 연사에 속았다"고 적었다.
주최 측은 전체 23명의 절반 가까운 발표자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자 콘퍼런스를 취소했다.
시조브스가 내년 5월 계획 중인 또다른 콘퍼런스 제이디콘(JDKon) 역시 발표자 가운데 '왓츠앱 수석 엔지니어' 알리나 프로코다가 조작된 인물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엔지니어이자 직장문제 활동가인 리즈 퐁 존스는 "이런 일 때문에 모든 여성은 자신이 '가짜'가 아니며, 섹시한 사진이나 유혹 아닌 노력으로 제 자리에 올랐다는 점을 100배 열심히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AI의 발전 속에 딥페이크(deepfake·AI를 활용해 인물의 이미지를 실제처럼 합성하는 기술)가 확산되면서 '진짜의', '진품의'라는 뜻의 영어 단어 '어센틱'(authentic)이 미국 유명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의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AP는 "객관적 사실·진실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탈 진실(post truth) 시대의 양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미국의 사전출판사 메리엄-웹스터는 딥페이크와 AI(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X'로 바꾸는 이 시대에 올해의 단어로 '진정성'을 의미하는 'Authentic'을 선정했다. 피터 소콜로스키 편집장은 '올해의 단어' 발표에 앞선 인터뷰에서 "올해 '진정성'의 위기를 본다"라며 "우리가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때 진정성은 더욱 가치 있게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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