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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유치 불발에도 빛난 '원팀'… 재계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 얻었다

엑스포 유치 불발에도 빛난 '원팀'… 재계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 얻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가 부산 유치는 실패했지만, 유치 과정에서 민관이 '원팀'으로 뭉쳐 세계에 한국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며 세계 곳곳을 발로 뛰었다. 비록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기업들이 유치 과정에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신시장 개척'이라는 자산을 얻었다는 평가다.

29일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결정되자 경제단체들은 부산엑스포 유치전이 값진 자산으로 남았다고 기업들의 노력에 노고와 감사를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며 "각 나라들이 소비재부터 첨단기술, 미래 에너지 솔루션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과 파트너십을 희망한 만큼,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과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확보 등 부수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 국가적 노력과 염원에도 부산엑스포 유치가 좌절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비록 이번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정부와 경제계, 국민이 모두 '원팀'이 돼 대한민국이 하나로 뭉치게 된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엑스포 유치를 위한 노력과 경험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아시아 리더를 넘어 글로벌 리딩국가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번 유치 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고 전했다.

그동안 경제단체와 12개 국내 주요 대기업은 BIE 회원국을 나눠 맡아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벌여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기업 그룹사 12개사가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후 18개월 동안 만난 정상, 장관 등 고위급 인사는 175개국 3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주요 5대 그룹이 전체 교섭활동의 89.6%를 차지할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또 전체 교섭활동의 52% 회의에는 주요 기업 총수나 CEO급이 직접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재판 속에서도 거의 매달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엑스포 유치 활동에 진심을 나타냈다. 올해 1월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동행을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미국·프랑스·베트남·이집트·이스라엘·유럽·남태평양 도서국 등을 방문했다.

민간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회장은 다리가 부러진 와중에도 '목발 투혼'을 발휘했다. 최근에는 바쁜 일정 탓에 이코노미석을 마다하지 않고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8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전담조직인 '부산엑스포유치지원TFT'를 꾸렸다. 직접 체코·슬로바키아·미국·인도네시아·UAE·프랑스·베트남·인도 등을 찾아 부산 지지를 요청했다.

구광모 회장도 주요 전략 국가를 대상으로 유치 교섭 활동을 진행했다. 미국과 캐나다, 아프리카, 폴란드 등을 찾아 부산엑스포 유치를 부탁했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 총수들이 부산엑스포를 위해 교류가 없었던 나라와 시장이 작은 나라들까지 직접 발로 뛰며 노력했다"며 "공급망 재편 리스크를 대비해 기업들이 방문했던 나라들의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