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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특별법, 조속히 처리돼야 [테헤란로]

고준위 특별법, 조속히 처리돼야 [테헤란로]


[,파이낸셜뉴스] 지난 1978년 고리 1호기가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로 우리나라 산업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져왔다. 원자력발전은 연중무휴로 발전할 수 있으며, 기상이나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발전단가도 다른 어떤 전원보다 저렴하다. 산업국가인 우리나라가 원전을 주요 발전원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전을 사용하는 나라는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라고 불리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말 그대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을 마친 폐연료봉이다. 폐연료봉은 원전 내 수조에 보관하는 임시저장-말려서 저장하는 중간저장-지하 깊숙한 곳에 방폐장을 짓고 매장하는 영구처분의 과정을 거친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사용후 핵연료는 방폐장 건설 외에 대안이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를 놓고 수 십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방폐장 건설 추진은 지난 1983년부터 시작됐고, 지금까지 9차례의 부지선정에 실패했다. 무려 40년간 논의됐으나 진척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임시저장고의 저장 용량은 한계치에 임박했다. 올 3분기 기준 저장률이 78.7%에 달하는 한빛원자력본부가 2030년, 한울원자력본부는 2031년 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진행할 부지 내 저장시설의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앞으로 남은 7년이라는 시간도 촉박한 상황이다. 특히 주요 원전 운용 국가 들 중 영구 처분장 부지선정 작업에도 착수하지 못한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원전을 좋아하던 싫어하던 양질의 값싼 전기를 공급해온 원전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서 '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원전 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는 '빚'이라는 점에서 후세대에 결정을 떠넘겨서도 안될 일이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안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통과 여부는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여야 이견에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원전의 순차적 가동 중지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40년 묵은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를 위한 첫걸음, 그것을 위한 양당의 대승적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