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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있다면 나이 무관… 삼성 39세 상무·46세 부사장 나왔다 [삼성 정기 임원인사]

업황 침체 반도체 승진 절반 줄여
신상필벌 속 기술인재 대거 발탁
세대교체로 위기 정면돌파 의지
여성 부사장 2명·상무 6명 배출도

실력 있다면 나이 무관… 삼성 39세 상무·46세 부사장 나왔다 [삼성 정기 임원인사]
실력 있다면 나이 무관… 삼성 39세 상무·46세 부사장 나왔다 [삼성 정기 임원인사]
삼성전자가 29일 단행한 2024년도 정기 임원인사는 역대급 실적 부진속에 신상필벌 기조 강화와 세대교체 가속화로 요약된다. 역대 최악의 업황 침체를 겪으며 조 단위 영업손실을 낸 반도체(DS) 부문에서 전년과 비교해 승진 규모를 절반 이상 줄이며 조직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이와 동시에 소프트웨어, 신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30·40대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해 미래 먹거리 경쟁력 강화를 통해 당면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안정 속 미래 먹거리 선점 의지

삼성전자의 2024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자는 143명으로, 지난해(187명) 대비 44명 감소했다. 이 기간 DS 부문 부사장·상무 승진자는 69명에서 46명으로, 23명 줄었다. 전체 승진 규모 감소 폭의 절반 이상이 DS 부문 소속이었을 만큼 최근 실적 부진이 인사 평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DS 부문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업황 부진에 올해 1·4분기 4조59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재고 과잉, 수요 침체 등에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 임원 승진 폭은 축소했지만, 기술 인재들의 등용문은 오히려 넓힌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로 대표되는 미래 먹거리 선점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이번 주요 인사 면면을 보면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 발굴에 기여한 인사들이 상당수 승진했다.

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반도체연구소 차세대공정개발실장 현상진 부사장은 차세대 반도체 공정개발 성과를 인정받았다. 현 부사장은 로직제품 미세공정 확보를 주도하며 세계 최초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양산 성공에 기여했다.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설계2팀장 강동구 부사장은 9세대 V낸드 개발을 위한 회로 요소기술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

AI 등 신기술 우수인력도 대거 승진했다. AI알고리즘 설계 전문가인 디바이스경험(DX) 부문 CTO 삼성 리서치 AI 메소드 팀장 이주형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삼성 가우스' 선행연구와 전략방향 수립을 주도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40대 부사장으로 승진한 DS 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 PA1팀 박세근 부사장은 미세공정 양산성 확보를 주도해 세계 최초 12나노급 D램 양산 및 현존 최대 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개발에 기여했다. DX부문 황인철 모바일경험(MX)사업부 AI개발그룹장은 올해 46세로, 최연소 부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39세인 DX부문 손왕익 MX사업부 스마트폰개발1그룹 상무는 유일한 30대 상무로 승진했다.

■ 여성·외국인 인재 등용문 확대

오로지 실력과 성과만 본다는 삼성전자의 인사 기조는 여성·외국인 인재의 승진 기회를 넓혔다. 여성 임원은 부사장 2명, 상무 6명을 배출했고, 외국인도 부사장과 상무 각각 1명씩 승진했다.

DX부문 MX사업부 프레임워크 개발팀장 정혜순 부사장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최적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기획·개발했다.
DX부문 VD사업부 차세대 사용자경험(UX)그룹장 이영아 상무는 AI에 기반한 미래 스크린 UX 구체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용 대형 홈엔터테인먼트 UX 개발 등을 주도했다.

외국인 인재는 DX부문 찰리 장 CTO 삼성 리서치 6세대(G)연구팀장 상무, DS부문 발라지 소우리라잔 SSIR 연구소장 부사장 등이 임명됐다.

업계 관계자는 "30·40대 상무·부사장 파격 발탁 기조를 올해도 이어가며 실력만 있다면 언제든지 승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던진 것"이라며 "AI 등 미래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내부 발탁 뿐 아니라 외부에서 기술인재를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