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가격이 온스(31.1g)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금 가격 상승은 달러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더 하락하고, 금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을 보면 달러지수와 더불어 금리와 물가이다. 금 가격은 달러로 표시되기에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금값은 상승한다. 미국 금리(10년 국채수익률)가 하락할 때 달러 가치가 떨어졌고, 금 가격은 올랐다. 금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상품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서 물가가 오를 때 금 가격도 오른다. 이 가운데서도 금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달러지수이다. 2000년 1월에서 2023년 10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선진국 통화에 대한 달러지수가 1% 하락하면 금 가격은 1.3%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지수를 결정하는 요인을 보면 앞으로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첫째, 중장기적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미국 비중이 줄고 있고, 앞으로도 더 낮아질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GDP에서 미국 비중이 2000년 31.3%에서 2022년에는 25.4%로 낮아졌다. IMF는 2028년에 이 비중이 24.0%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 비중 축소는 곧 달러 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둘째,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 축소가 달러 가치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달러, 유로, 파운드, 엔, 위안 등 다양한 통화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달러보유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01년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이 71.5%였다. 그 이후 비중이 계속 줄어들었고 올해 6월 말에는 58.9%로 떨어졌다.
셋째, 중국 등 외국인들이 미국 국채를 팔고 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저임금을 바탕으로 상품을 생산하여 전 세계에 수출했다. 특히 2001~2022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6조1914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중국은 미국에 상품을 싸게 공급했다. 월마트에 진열된 상품의 절반 정도가 중국산일 정도다. 중국은 무역으로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 일부로 미국 국채를 사주었다. 그러나 미중 패권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2013년 말 1조2700억달러에서 2023년 9월에는 7781억달러로 대폭 줄었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도 2020년 말 1조2513억달러에서 올해 9월에 1조877억달러로 감소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큰손인 일본 보험회사들이 높은 환헤지 비용으로 미국 국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째,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 확대에 따른 미국 국가신용등급의 하락 역시 달러 가치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0년 GDP 대비 54.9%였던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2020년에 131.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2·4분기에는 120.6%로 낮아졌지만 아직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대외순부채(대외부채-대외자산)도 2000년 GDP 대비 15.0%에서 올해 2·4분기에 67.2%로 늘었다. 이를 지켜보면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와 피치에 이어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런 요인을 고려하면 달러 가치는 중장기적으로 더 하락할 전망이다. 달러 가치 하락은 곧 금 가격 상승을 뜻한다.
투자자에게 있어서 금은 '알을 낳지 않는 암탉'이다.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나 주식에서 얻을 수 있는 배당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금은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자산으로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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