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무죄다 / 이성윤 / 아마존의나비
[파이낸셜뉴스] "추사가 유배돼 지내던 제주 거처에는 언제나 바닷바람이 세차게 몰아닥쳤다. 아내와 내가 찾았던 그날도 몸을 가누기 힘든 바람이 당시 추사의 삶을 돌아보라는 듯 매섭게 날아들었다. 그 바람을 맞으며 나는 여리여리 흔들리면서도 모진 시련을 견뎌 핀 수선화를 고요히 마주해 그 인내를 되새겼다."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꽃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꽃을 통해 살피게 된 세상사를 담은 에세이집 '꽃은 무죄다'를 출간했다.
부제 '검사 이성윤의 검(檢) 날수록 화(花)내는 이야기'를 단 이 책은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장을 역임한 뒤 정권 교체 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나면서 느낀 회한 대신 아내와 함께 주말 뒷산을 오르며 꽃과 꽃말을 찾고 아내는 그 꽃을 화폭에 옮겨 담았다.
이 전 고검장은 드넓은 진천연수원을 둘러보며 풀꽃을 들여다보고 정약용과 정약전 형제를 떠올린다. 천주교인이라는 죄목으로 유배형을 받고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서, '자산어보'를 남긴 큰형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또 작은형 정약종은 신유박해 당시 서소문 밖에서 순교했다.
자신을 대한민국의 검사이지만 '무도한 자들의 훼방으로 눈을 잃었다'고 탄식한 이 전 고검장은 "불과 한 두 해 만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도되는 무뢰한 자들의 무도한 행태를 보며 불현듯 복수(復讐)를 떠올리게 된다"면서도 "나는 얼음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의 강인함에서 절제와 인내를 배워가며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복수(福壽)를 꿈꾼다"고 말한다.
전북 고창에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난 이 전 고검장은 1994년 초임 검사로 부임 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2부장, 광주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을 역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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