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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박제된 나비의 죽음 [손이천의 머니&아트]

데미안 허스트 'Untitled'

아름답게 박제된 나비의 죽음 [손이천의 머니&아트]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인 데미안 허스트(58)는 철학적, 종교적, 사회적 이슈와 주제를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낸다. 더욱이 '죽음과 예술'이라는 키워드를 살린 상어, 죽은 소, 박제된 나비, 다이아몬드를 박은 해골 등 엽기적이고 파격적인 소재를 사용해 극적으로 표현하기에 비판과 논란의 중심에 서곤 했다.

영국에서 태어나 골드스미스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데미안 허스트는, 1988년 골드스미스 학생들과 함께 기획한 '프리즈(Freeze)' 전시를 계기로 주목받기 시작해 'yBa(young British artists)'로 불리는 영국 현대미술의 부활을 이끌었다. 또 영국의 광고 재벌이자 유명 컬렉터였던 찰스 사치와 화이트 큐브의 제이 조플링의 눈에 띄어 미술시장의 인기 스타로 떠올랐고, 1995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상의 하나인 터너상을 수상했다.

1991년에 발표한, 포름알데히드에 잠긴 상어를 유리 상자에 넣은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무력함을 나타내고 있고, 또 약(藥)에 대한 집착으로 완성된 스팟 시리즈 작품은 예술 작품은 약처럼 치유의 힘을 담고 있다는 그의 생각을 담고 있다.

"곤충의 죽음은 여전히 경이로운 것의 정말 낙관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데미안 허스트)

죽음을 오랫동안 탐구해온 작가는 작품 'Untitled-Butterfly Heart(사진)'에서 죽음 자체를 핑크색과 하트 모양으로 표현하고 무지개 빛깔의 아름다운 날개를 지닌 나비를 붙였지만, 그 뒤에 숨겨진 비극적인 생물의 고통과 절망을 감출 수는 없다. 나비는 데미안 허스트의 초기 작업에서부터 중요한 매체였다. 그의 작품 속에서 나비 대학살의 장면이 희망과 아름다움으로 변모한 것이다.

K옥션 수석경매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