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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서학개미가 진화하고 있다. '인생 한 방만 노린다'는 외신의 지적과 다르게 투자 전략을 다양화하고 있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외화증권 보관금액 상위 50개 종목 중 상장지수펀드(ETF)는 19개였다. 보관금액은 125억713만달러(약 16조4156억원) 규모로 전월 대비 1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위 50개 종목의 총 보관금액은 15.1% 상승했다.
순매수 종목을 분석해도 ETF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 내 ETF는 23개 종목, 6억1437만달러(약 8069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종목으로 보면 46%, 순매수 규모로 보면 57.8%를 ETF가 차지했다.
보관금액과 순매수 1·2위 ETF는 모두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보관금액 1위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 US)'로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3배 추종하는 펀드이다. 2위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 US)'로 미국 상장 반도체기업지수를 3배 추종하는 펀드이다. 순매수 1위 ETF는 미국 반도체 상장주의 주가를 역으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SOXS US)', 2위는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역으로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로프로 숏 QQQ(SQQQ US)'가 이름을 올렸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달 글로벌 자산시장이 오르며 외화증권 보관금액도 증가 추세였다"라며 "SOXS, SQQQ, FNGD US 등 인버스 3개 종목이 순매수의 35.2%를 차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외신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의 고위험·고수익 투자 성향을 지적하고 나섰다. 레베카 신 주식 전략가는 "한국인들은 단순하고 평범한 금융 상품은 지루해한다"면서 "특정 부문에서 최소한 2~3배 수익률을 내기 바라기 때문에 주요 레버리지 ETF 상품의 한국인 투자 비중이 30%를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1~11월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요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 금액은 총 23억달러(약 3조원)로 작년 동기 대비 3배가량 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최근 들어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투자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학개미들은 채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 보관금액 상위권에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국채) ETF(TLT US)' 등 2개 상품이, 순매수 상위종목에도 채권 관련 ETF가 8개나 이름을 올렸다.
전략도 다양화되고 있다. 윤재홍 연구원은 "미국 국채 장기물 위주로 순유입 보이는 가운데 초단기물이나, 채권 커버드콜에 대한 관심도 보이고 있다"라며 "나스닥 100 데일리 옵션을 활용 ETF, 테슬라 레버리지·합성 커버드콜 외에도 비트코인 선물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까지 순매수 상위 올랐다. 서학개미들의 다양화된 관심, 다양화된 전략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아직까지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최근 ETF 시장에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다양화되고 있다"라며 "특히, 채권 관련 ETF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윤 연구원은 "한국 투자자들이 굉장히 빠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해 6월부터 일본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점이 대표적"이라며 "지난달 상위종목을 보면서 느낌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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