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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경제 전망과 국민의 인식 간 괴리

[서초포럼] 경제 전망과 국민의 인식 간 괴리
[서초포럼] 경제 전망과 국민의 인식 간 괴리
여러 권위 있는 기관에서 나온 전망치를 보면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전망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12월 4일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에 불과했던 GDP 성장률은 내년에는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인 2.1%로 상당 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자동차 등의 수출회복에 따라 성장률이 올해 하반기부터 개선되고 있으며 이러한 수출회복세가 내년 성장률을 0.5%p 정도 높이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 물가도 올해 3.6%에 이르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에는 2%대 중반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도 물가안정에 따라 그리고 은행권의 과다순익에 대한 논쟁으로 촉발된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사회적 압력 등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증가가 결핍되었던 과거 회복기와 달리 금번 코로나 이후 회복기에는 고용회복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요약하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는 수출과 성장이 회복하고 고용이 잘 이루어지면서 물가와 금리는 안정화되는 매우 좋은 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권위 있는 기관의 공식적 경제전망과는 매우 다르게, 청년층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경제와 사회에 대한 인식과 전망은 매우 암울하다. 정부의 경제전망과 국민의 경제인식은 왜 이렇게 다른 것이며, 이러한 간극을 채우는 데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첫째로, 경제전망 수치와 국민 개개인이 현실에서 직면한 경제상황이 너무나 달라 전망과 인식의 괴리가 나타난 것일 수 있다. 대부분 청년층은 높아진 물가로 자신의 월급으로 생활하기 버겁고, 높은 금리로 내 집 마련의 꿈도 제대로 꾸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중장기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경쟁이 더욱 격화되어 있어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젊은이들의 대화에서 등장한다.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성장하고 물가와 금리가 안정된다고 해도 내가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느끼는 내년 경제에 대한 인식은 좋을 수 없다. 이러한 인식과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필자는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 기조를 이제는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성장시대에 가졌던 경쟁·효율·성장·집중 중심의 접근을 이제는 과감히 버리고 균형·안정·분권을 추구하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청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고 지역의 경제 및 생활 여건을 개선하여 덜 경쟁적인 지역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여야 한다.

둘째로, 경제성장 회복이 내수가 아닌 수출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혜택이 수출 대기업에 집중되어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와는 괴리되어 있을 수 있다. 기업의 양극화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낙수효과가 매우 제약되어 있는데, 낙수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수출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의 상생이 도모되어야 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완화되어야 한다. 하청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엄벌하고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이 더욱 동등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로, 전망과 인식의 괴리는 경제전망치가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지지 못하였음에 기인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산업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등 경제전망 기관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언론기관과 국민에게 경제 상황과 전망을 전달하여야 한다. 여러 기관의 경제전망을 국민에게 더 정리된 형태로 전달하기 위한 이들 기관의 합동 세미나 또는 브리핑 개최도 바람직할 것이다. 경제 의사결정이 분권화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전체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국민에게 더 잘 전달된 경제전망치가 경제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면 실제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