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증시 상승에도 올해 17% ↓
매수 1위 지신그룹 주가 반토막
알리바바그룹 주가도 18% 하락
中 경기불안에 반등 가능성 낮아
홍콩증시에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가운데 홍콩주식에 직접 투자한 '홍학개미'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들이 대부분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기록하면서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홍콩증시의 회복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식투자자들은 홍콩주식을 모두 1억2111만4446달러(약 1605억7353만원·5일 기준)어치 내다팔았다. 홍콩증시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홍콩항셍지수는 1만9781.41에서 1만6327.86로 17.56%(5일 기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한국 코스피지수가 각각 25.60%, 11.5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모습이다.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이 영향을 미쳤다.
홍콩증시가 오랫동안 고전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클 것으로 보인다. 예탁원에 따르면 올해 홍콩증시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지신(ZHIXIN)그룹으로, 5226만1383달러(약 692억6201만원)어치 사들였다. 하지만 지신그룹의 주가는 연초 2.600홍콩달러에서 지금은 1.320홍콩달러로 무려 50.77% 가라앉았다.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 한 알리바바그룹(1276만8619달러)도 마찬가지다. 올해 알리바바그룹 주가는 86.250홍콩달러에서 70.500홍콩달러로 18.26% 하락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최근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으로 클라우드부문 분사 계획을 철회하면서 주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다섯 번째로 많이 사들인 바이두(989만8855달러)는 111.700홍콩달러에서 108.900홍콩달러로 2.51% 하락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경기 불안, 미국 규제 등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홍콩증시가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국제신용평가사도 홍콩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추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홍콩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6일 중국에 이어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 정부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중국 본토와의 정치, 제도, 경제·금융에서 긴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어 중국의 부진이 홍콩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다.
메리츠증권 최설화 연구원은 "이번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은 해외자금 비중이 높은 홍콩증시의 충격이 본토보다 더 클 수 있다"며 "특히 최근 미국 하원에서 '홍콩사무소 폐쇄법'이 통과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이동연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 지표 회복세가 저조하고,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홍콩 등 중화권 증시의 반등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며 "11월 실물 지표 등 경제지표를 확인하려는 관망심리가 강해지면서 박스권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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